벌써 인플레 걱정에 “사람들 불안”…심상치 않은 국채시장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유럽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최고치로 오르면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주요국의 장기 채권을 내다 팔고 있다. 실제로 영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23%로, 전 거래일 대비 0.03%, 전 거래월 대비 0.10% 상승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EU)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역대 최고치다. 미국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지난 14일 각각 2%와 0.093%로,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주요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투자자들이 주요국의 장기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는 뜻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장기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 고정적인 이자율을 가지고 있는 국채 상품은 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채권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는 각 중앙은행들이 ‘물가 오버슈팅’을 감안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어졌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파운드화 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무시하겠다”라고 밝혔다. ‘물가 오버슈팅’은 일시적인 물가 폭등을 감안하고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의 용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투자자들은 미 국채 장기물을 내다팔고 단기물을 사들였다. 이날 미국 국채 30년 만기 수익률은 2.56%로 거래를 마쳐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중국의 생산자 물가(PPI)도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가중시켰다. 중국 PPI는 4년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셨다. PPI는 국민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과 경기동향을 판단기준 중 하나다. PPI 상승으로 중국 내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그라든 한편, 글로벌 경제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하나 더 생기게 됐다.

국채 수익률을 인상시킨 또다른 변수로는 국제 유가가 있다. 지난달 국제석유수출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성공한 이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배럴 당 50 달러를 돌파해 지난 14일 기준 배럴 당 50.44 달러와 52.03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의 장기물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17일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034% 하락한 1.76%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20일 예정된 EU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의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달 초 마리오 드라기 EU 중앙은행 총재는 테이퍼링를 공식 부인했지만 국채 금리 움직임을 보면 내년 3월 종료 예정인 EU의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P. 모건은 2017년 중순까지 글로벌경제 물가가 2.5%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경제는 여전히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국제시장 물가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달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전달보다 하락하고 중국 9월 수출도 위안화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5.6%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벤 로드 M&G 영국 물가연동 회사채펀드 매니저는 최근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단기적 반응인지 더 큰 어떤 것의 시작인지 알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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