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秋 회담’, ‘묘수’ 되나 ‘자충수’ 되나…문제는 ‘민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격 제안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수용한 ‘15일 양자 영수회담’을 놓고 긍ㆍ부정론이 엇갈린다. 정국을 수습하고 민심을 담아낼 ‘묘수’라는 기대와 자칫 민의에 역행하고 야권에 역풍을 자초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관건은 추 대표가 양자회담에서 제안할 내용과 최종으로 이끌어낼 결과다. 추 대표는 14일 오전 “오늘 아침에 제 1당 대표로서 청와대에 이 난국을 헤처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긴급 (양자 영수)회담을 요청했다”며 “대통령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추 대표가 전할 ‘민심’과 제안할 ‘해법’이다.

12일 100만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났듯 민심은 박 대통령의 ‘하야’에 집중돼 있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하야 이외에는 정국 수습 방법이 없다”고 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즉각 민주당이 ‘하야’와 ‘하야 거부시 탄핵’으로 당론을 모아갈 수 있다. 결국 양자 영수회담이 민주당의 향후 퇴진 투쟁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에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자진 하야를 요구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동시에 이것이 무산되면 향후 강경 대응의 명분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퇴진 거부 가능성’을 높게 두고 양자 영수회담을 향후 ‘하야 및 탄핵 추진’의 지렛대로 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양자 영수회담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명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민주당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질서 있는 퇴진’을 명분으로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고 ‘2선 후퇴’문제를 ‘총리 권한 범위’ 문제로 좁힐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양자 영수회담에서 마땅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부터 “야권의 요구를 들어줄만큼 들어줬는데도 민주당에서 이를 거부하면 어쩌느냐”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결정에 거센 반발이 뒤따를 수도 있다.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으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헌법 71조에 바탕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로 박 대통령과 합의를 이뤄낸다고 해도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당장, 야권에서는 추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성난 백만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추미애 대표가 그러한 제안을 한 것도, 또 그것을 덜컥 받은 청와대도 똑같다”며 “우리 국민의당의 입장은 촛불 민심대로 박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서 국민이 바라는 대로 야권공조를 튼튼히 해 그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이날 “박 대통령이 얼마나 반갑겠느냐, 제1야당 대표가 어떤 맥락도 없이 영수회담을 제안하니 얼마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겠느냐”며 “단호하게 반대한다, 100만 촛불의 함성을 왜곡한 일”이라고 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추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에 “뜬금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야권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인데 민주당 대표만 따로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이 야권 분열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만약에 만나게 된다면 사임에 대한 통고와 국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 이외에 일체 협상이나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