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 거국내각 협의체 만들자”…이정현 ‘대안 리더십’ 우뚝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거국내각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당내 신임을 다수 잃은 이정현 대표를 뒤로 두고 정국 수습의 주도권을 정 원내대표 스스로 쥐려 하는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은 국정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며 “국회는 예측 가능한 정치 일정과 위기 수습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거국내각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해묵 기자 [email protected]]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눌러 앉히고 국정 수습의 구심점으로 말미암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뒤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왔다. 이날도 정례적으로 열리는 최고위에 불참한 것은 물론 예정에 없던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해 ‘이정현 리더십’을 약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 등 최고위가 13일 밝힌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방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기 전당대회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줄지 의문”이라며 “지금의 비상 시국 상황에 어울리는 정치 일정인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결정적 강점은 대야(對野) 협상력이다. 야당은 이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 대표가 퇴진해야 총리 추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대표 등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정 원내대표와는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다.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의 거국내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배경이다.

또 원내대표 재임 내내 ‘낀박’을 자처하며 다진 계파 포섭력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초ㆍ재선 의원 모임을 주재한 데 이어 이날은 재ㆍ삼선 의원들과 오ㆍ만찬 자리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3선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오찬을 마친 뒤 이철우 의원은 “이번주 내에 거국내각총리를 빨리 추천해라, 그 역할에 정 원내대표가 나서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은 “(오찬에 모인) 3선 의원들 전체가 이 대표가 제안한 건(조기 전당대회 등)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 대표도 초ㆍ재선 의원들과 면담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 원내대표가 동시에 이 대표 제안에 부정적인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독자 행보를 보이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비주류 의원들에게 12월로 예고한 사퇴를 늦춰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도, 초선 의원들에게 비주류가 주도하는 13일 비상시국회의 참석을 만류하는 등 친박ㆍ비박 모두와 거리두는 ‘독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당 해체와 분당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 지도부가 결정권, 비주류가 파괴력을 가진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얼마나 독자 지대로서 수습책을 주도하는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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