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내가 언제 그랬나…” 정치평론가들 잇단 변절 (?)

방송통해 대통령 옹호하던 그들

의혹 확산되자 일제히 실망

일부선 가십성 부각 본질흐리기도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란으로 번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각종 방송과 언론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뒤바뀐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과 지난 4일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면서 여권 성향의 전문가들조차 싸늘하게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표적인 여권성향 정치 평론가인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전 한 방송에 출연해 “최순실 씨가 고쳤다는 문장을 봤는데 상당히 센스있게 잘 고쳤더라”라며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그런 조언을 했다는 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 대국민 사과 직후 이 교수의 입장은 달라졌다. 지난달 26일 한 종편채널에 출연해 “대통령이 나라를 생각한다면 지금 하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입장을 바꿨다.

민영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역시 지난달 20일 한 종편 채널에서 “최 씨가 단순히 과장해 얘기한 것일 뿐, 연설문을 고쳤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연설문 수정을 인정하자 “최 씨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등 일부 여권 성향 평론가들은 “대통령이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사과에 나섰다”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평론가들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논조로 돌아서면서 전문가들조차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직접 인정하면서 보수 성향 인사들조차 실망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대통령이 직접 인정하면서 전문가들조차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통령 스스로 만들었다”며 “지지율 5%로 대변되는 현 상황에서 민심을 읽어야 하는 정치평론가들이 박 대통령을 계속 옹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정치평론가들의 변화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방송에서 가십성 소재가 이어지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서 한국심리사회연구원 연구사는 “민심의 이동에 따라 정치평론가들의 입장이 바뀌는 현상은 자연스럽다”며 “그러나 일부 방송에서 최 씨의 사생활 등 가십성 소재로 희화화하거나 문제를 왜곡할 수가 있어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진원·유오상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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