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수습 의지 있다면 야당도 마음 비워라

꽉 막힌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 찾기가 아무래도 길어질 모양이다. 15일 예정됐던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양자영수회담이 돌연 백지화된 탓이 크다. 당초 회담을 제의한 추 대표의 야권 대표성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제의를 받아들임으로써 난마처럼 얽킨 정국 실마리를 풀어갈 그나마 좋은 계기가 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추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처신으로 그 기회를 잃고 말았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간 회담이 취소된 것만 해도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국가적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정치권 모습이 더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문제는 당분간 청와대와 정치권과의 대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소동으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및 정의당 등 야권간 분열의 골이 깊어졌다. 그 앙금이 가라앉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든, 질서있는 퇴진이든 지금 상황에선 정치적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대화가 단절되면 정국 혼란만 가중될 뿐 교착 상태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순실 파문으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미 상실됐다. 새누리당도 사분오열돼 여당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 등 야당 중심으로 정치권이 정국을 주도적으로 수습해 나가야 한다. 그게 국민들의 바람이자 정치권의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야당 역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연일 우왕좌왕이다. 거국내각을 주장하다 여권이 수용하면 대통령 2선 후퇴를 요구했고, 이걸 들어줄 듯하니 하야를 외치고 있다. 도무지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번 추대표의 헛발질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회담을 하지고 제의하고 반나절도 안돼 다시 철회했다. 이런 무책임한 정당에 국정 책임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사심을 버리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국 수습방안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만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추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도 따지고 보면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국민들이 야당에 기대를 거는 것은 믿음이 가서가 아니라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걸 오해하고 마치 정권을 잡은 양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도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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