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조혁신센터 근본 재정비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가 암울하다. 야당에서 중앙정부 예산을 그대로 둘리 없고 이미 서울시가 20억원의 예산을 백지화하는 등 지자체별 예산도 불투명해졌다. 장래가 불안하니 억대 연봉의 센터장 공모에도 일할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옛 정권이 밀던 치적사업은 뜻이 좋아도 새 정권이 들어서면 사라지기 십상이다. 그림자 지우기의 사례는 많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미소금융이나 녹색성장체험관은 어느덧 슬그머니 사라졌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훗날 명칭이나 사업 방식이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애서는 안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흙탕물이 튀었어도 취지 만큼은 나쁠 게 없는데다 이미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은 정책사업이다. 이름만 걸친 미르나 K스포츠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왕에 지역별 테크노파크, 지식재산센터 등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과 업무 조정을 통해 통폐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에 앞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하루빨리 근본적인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혁신센터의 재정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창조경제 지원이라는 개념부터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개념이 모호하니 창업과 중소기업 등 지원범위가 한정없고 손가락 새 물 빠져나가듯 헛돈이 쓰였다. 첨단소재ㆍIT 부문 선도기업 육성목적의 대구센터에서 결혼식 전문업체에 자금이 지원되고, 스마트기기 분야 지원을 위해 설립된 경북센터(구미)에선 소주·막걸리 등 주류업체와 건강식품 업체에 지원금이 나갔다. 전남센터는 석유화학사업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는데 피조개 업체가 홈쇼핑에 입점하기 위해 지원금을 받았다. 광주혁신센터는 당초 취지인 자동차 산업 기반 조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패스트푸드점, 무알코올 음료·막걸리 생산업체, 미용실 등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대기업-지자체-중앙정부 간 협업이라는 비정상적인 모델도 바꿔야 한다. 기업들이 정권의 강압에 못이겨 처음부터 발을 담근 것이 확인된 이상 이들에게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종용해서는 안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비는 국비(60%)와 지방비(40%)로 지원된다. 전담 대기업의 지원은 운영비가 아니라 사업비다. 기업의 사업비는 철저히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별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필요한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될 일이다. 기업은 필요한 일이라면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원치 않는데 필요한 일이 있을리 없다. 불필요한 입김만 작용하지 않는다면 혁신센터가 자생력을 갖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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