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한숨②]어깨ㆍ허리 ‘병’ 달고 산다…택시기사는 종합병원?

-42.9% 정기약물 복용…4명 중 3명 ‘어깨통증’

-근육통ㆍ전립선염 등 직업병 심각…만성피로 호소

-휴게시간 부족…“주차공간 충분한 쉼터 만들어야”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버스와 지하철도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누비며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서울 법인 택시기사들은 어깨ㆍ허리ㆍ하반신 등에 통증을 달고 산다. 온종일 운전석을 벗어나지 못한 법인택시기사들이 겪는 신체ㆍ정신 질환 수준은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공개한 ‘법인 택시기사의 건강과 쉼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법인 택시기사 704명 가운데 응답자 68.4%(480명)가 본인 건강을 ‘보통 이하’로 진단했다.

[사진=서울 법인 택시기사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었다. 법인 택시기사 10명 중 7명은 본인 건강을 ‘보통 이하’로 평가했다. 실제 근육통 등 병을 앓고 있는 비율도 70%를 웃돌았다.]

그 중 건강이 ‘나쁘다’, ‘아주 나쁘다’라고 답한 비율도 19.1%(134명)로, 5명 중 1명 꼴이었다. 절반 가량인 42.9%(301명)가 “정기 복용하는 약이 있다”고 답했다.

법인 택시기사는 오래 앉아있는 특성 상 직업병으로 치부되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정도가 심각했다. 이들 가운데 73.1%(503명)는 어깨 등 상반신 통증을 호소했고 67.3%(463명), 65.1%(446명)가 허리ㆍ하반신에 각각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근골격계 질환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병은 75.0%(520명)가 꼽은 만성 피로였다. 이어 시력 장애 63.0%(434명), 수면 장애 61.2%(422명), 성욕 감퇴 55.3%(382명) 순으로 비율을 차지했다.

아울러 전립선염ㆍ방광염에 걸렸다고 답한 비율도 33.2%(229명), 21.9%(150명)에 달했다. 타 직업에서는 보기 힘든 질병이 높은 순위에 있는 까닭으로 보고서는 “운행 중 소변을 계속 참아야 하는 등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명시했다. 법인 택시기사 96.1%(673명)가 ‘일부러 소변을 참은 적이 있다’고 답한 집계가 주요 근거였다.

이들은 집단 심층면접(FGI)를 통해 이 같은 건강 적신호의 주요 원인을 매번 회사에 내야하는 사납금으로 꼽았다. 실제 사납금 압박으로 하루 1시간도 쉬지 못한다고 답한 법인 택시기사는 74.5%(524명)으로, 전체 4명 중 3명에 달했다. 


쉬는 시간이 30분도 안 된다고 답한 비율도 20.2%(142명)을 차지했다. 반면 1시간 30분 이상을 쉰다는 비율은 전체 전체 4.7%(33명)밖에 되지 않았다.

긴 노동에 따른 휴식ㆍ운동 부족도 문제로 지목됐다. 주 3회 이상 운동을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법인 택시기사는 전체 응답에 절반도 안 되는 30.2%(209명) 수준으로, 또 하루 7시간 넘게 잠을 잔다는 항목 또한 48.5%(338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 이들이 건강개선 목적으로 바라는 현실적 대책은 ‘택시 복지쉼터’ 조성이었다. 다만 77.0%(614명)는 쉼터가 ‘넓은 주차공간과 화장실이 있는 승강장 형태’여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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