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주역은 한국계 스타 디자이너

데니스 황

올해 증강현실(AR) 게임을 세계적인 화두로 부각시킨 히트작 ‘포켓몬고’의 뒤편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포켓몬고를 만든 미국의 게임 업체 ‘나이앤틱’의 데니스 황(한국명 황정목) 이사. 그는 나이앤틱의 유일한 한국계 구성원으로 게임의 디자인과 UX(사용자 경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애초 구글의 스타 디자이너였다. 기념일에 기발하게 구글의 로고를 바꾸는 ‘구글 두들’을 처음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10년 넘게 구글의 핵심 인재로 일하다 2011년 당시 구글 사내 벤처였던 나이앤틱에 합류해 AR의 역사를 다시 쓴 혁신적 게임인 ‘인그레스(2013년작)’와 ‘포켓몬고(2016년작)’의 초기 개발부터 관여했다.

미국 태생이지만 어린 시절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다 다시 도미해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말도 유창한 황 이사는 최근 나이앤틱 고위 관계자로서는 처음 방한해 1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성장기 때 즐겨 봤던 ‘아기공룡 둘리’나 ‘독고탁’ 등 한국 만화가 포켓몬고와 인그레스의 디자인에 적잖게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AR 게임 개발에 뛰어든 배경과 관련해 “AR은 가상현실(VR)보다도 훨씬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바깥 세상을 접하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AR의 특성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이어 “사람들이 아직 포켓몬고를 하며 주변 사람과 환경 대신 스마트폰 화면만 보는 것이 최대 고민이자 과제”라며 “그래픽 조작체제의 대안으로 진동·소리로 하는 새로운 게임 등을 실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4일 간담회에서 황 이사와의 일문일답

–포켓몬고의 히트로 다른 캐릭터의 지적재산권(IP)으로도 AR 게임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한국의 IP에 관심이 있는지

▲ 한국의 최신 콘텐츠 트랜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언급은 힘들다. 단 나도 한국에서 성장했고 우리 세대에서 인기가 있었던 ‘아기공룡 둘리’ ‘독고탁’ ‘태권V’ 등 만화를 흠뻑 접하고 살았다. 인그레스든 포켓몬고든 게임을 디자인 할 때 그런 만화를 본 기억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업체를 만날 계획은 있는지

▲ 미안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다.

–포켓몬고의 한국 출시 시기에 관해 대략적 언급이라도 해달라

▲ 현재 검토 단계이고 정해지는 대로 알려주겠다. (한국 출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 (중국보다 먼저 발매될 가능성은 있나) 그렇다.

(중국 발매가 늦춰지는 이유는 뭔가) 중국은 크고 복잡한 나라다. 규정도 한둘이 아니다.

–포켓몬고 한국 발매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유가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있기 때문인가

▲ 구글과 나이앤틱은 별개 회사다. 여러모로 분리되어 있다. (지도 반출과 관련해) 구글과 한국 사이의 법률 사안은 우리와는 무관한 얘기다.

한국은 4∼5년 전 나이앤틱이 구글의 사내 벤처 그룹일 때부터 중시했고 흥미가 있었던 시장이다. 세계를 앞서가는 게임 사용자들이 있는 곳이다.한국은 대만·홍콩·일본 등과 함께 애초 우리의 주력 분야인 위치 기반의 AR 게임이 잘 될 시장으로 확신한 곳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현대적 고층 건물 앞에 전통 건축물이 있는 곳이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위주의 생활이 보편화해 AR 게임이 필수 요소인 ‘주변 환경을 접하면서 걷기’가 쉽지 않다.

–걸어가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원칙을 중시하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예정인지

▲ 올해 연말께 애플워치용 포켓몬고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포켓몬고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걸어 다닐 필요 없이 손목만 슬쩍 보면 ‘어 뭐가 있네’하면서 아이템을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용 스마트워치 앱은 개발 안 하나) 일단 그 외 계획은 없다.

우리 목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걸으며 실제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반면 지금의 인그레스나 포켓몬고나 플레이어들 보면 다들 스마트폰만 본다. 그게 우리의 불만이고 과제다.

게임을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자 여러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자동차창 등에 정보를 투사하는 장치)도 관심이 많고 소리와 진동만으로 포켓몬(포켓몬고 게임의 목표인 귀여운 괴물)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AR와 VR이 앞으로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AR 게임 개발에 그렇게 애착을 갖는 이유는

▲ VR보다는 AR가 훨씬 더 관심이 많고 성장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본다. VR은 몰입감이 좋지만 무거운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로 시야를 가리고 주변 환경과 단절되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반대로 AR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바깥세상을 접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나이앤틱의 창업자인 존 행키 대표이사가 항상 생각했던 목표가 이거였다. 아름다운 노을이 있어도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거다. 나도 항상 공감하는 목표다.

포켓몬고나 인그레스도 아직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기초한 AR 게임이라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앞으로 AR 게임 면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AR 게임을 통해 플랫폼(서비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정말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포켓몬고와 인그레스만으로 그냥 끝내버리기 아까울 정도다(웃음)

–구글에서 분사했다고 하지만 협력 관계는 남아있을 텐데

▲ 일단 클라우드 서비스(서버를 원격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구글 것으로 쓴다. 포켓몬고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끌면서 접속자 수가 폭등했을 때 구글이 많이 도와줬다. 구글 프로젝트 탱고라고 적외선 센서로 방안의 사물 위치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AR 연관 기술이 있는데, 그것도 우리가 실험하고 검토하고 있다.

–AR 게임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지난 12일 기자 회견 때도 강조 많이 했는데 예컨대 외부 게임사도 나이앤틱의 지도 서비스를 토대로 위치 기반의 AR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얘기인가

▲ 맞다. 우리가 모든 것(게임)을 다 만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한 게임 스튜디오(제작사)가 아니다. 게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럼 그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예컨대 한국 게임사도 나이앤틱의 플랫폼을 언제 쓸 수 있나) 그 시기는 당장 얘기하기 어렵다

–포켓몬고 한국 출시가 미뤄지면서 한국 팬들이 지칠 수 있을텐데

▲ (한국 출시가 이뤄진) 전작 인그레스를 먼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그레스는 포켓몬고의 ‘설계도’ 같은 게임이다. 인그레스에서 배운 것을 포켓몬고에 반영했다. 예컨대 AR 게임 사용자들이 어떻게 배틀(대전)을 벌이고 다른 게이머와 어떻게 함께 무언가를 하는지(소셜 경험) 등을 우리는 다 인그레스에서 배웠다. 다른 스마트폰 게임과 달리 플레이하려면 걷고 뛰어다녀야 해 건강에도 좋다(웃음) 인그레스는 매우 깊이 있는 게임이라 계속 지원을 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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