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퇴진론’ 대신 ‘개헌론’ 불 지피는 與

“정권 재창출 가능성 키우기 포석”

“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 것인가”. 새누리당이 개헌(헌법개정)론 불 지피기에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ㆍ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후 조기 대선’ 주장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일 뿐더러, ‘5년 단임제’의 고질병인 임기 말 레임덕이 박 대통령을 고난에 처하게 했다는 ‘이중적 인식’도 읽힌다.

새누리당이 주축인 ‘대한민국살리기포럼’은 16일 국회에서 분권형 개헌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현행 대통령제의 폐단을 끝내고, 지방자치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포럼 대표를 맡은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최고의 인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국민께 희망을 드리고자 했는데, 정작 국민은 대통령의 불행한 모습을 보고 분노하고 슬퍼했다”며 “이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슬픈 역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정부의 권력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는 지방자치가 선언적 내용으로만 규정돼 있는데,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지금은 국가사무의 범위와 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가 권한을 모두 쥔 예산과 인력 운용의 범위가 너무 비대해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며 “공직자도 넘쳐나는 사무에 허덕이다 보니 국가의 미래를 개척할 구상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분권현 개헌의 구체적 형태로는 ▷정책 ㆍ비례대표 중심의 국회구성 ▷국가 기능의 한정 ▷양원제 도입 등이 꼽힌다.

김성호 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권력구조 개선의 핵심은 4ㆍ13 총선의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각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 비례하도록 ‘공동정부ㆍ연방정부’ 내각을 구성, 협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의 선호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개헌의 걸림돌이다. 포럼이 “만일 국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강력하게 선호한다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한 이유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 ‘대통령 하야’ 요구가 전면화함에 따라 박 대통령 퇴진 후 차기 대통령 선출이 먼저냐, 개헌이 먼저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며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 개헌론 관철 작업에 먼저 나선 듯하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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