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잠룡들“ 박 대통령 퇴진” 한목소리 내지만…]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비상시국 기구 구성 ‘동상이몽’

文, 시민단체·野 함께하는 ‘비상기구’ 제안
安은 “與 포함” 朴은 “시민단체 주도” 주장

각 기구 구성 방안·주체·내용 불분명…
주도권 다툼 속 허공의 메아리 될까 우려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해 정당과 시민단체들을 아우르는 범국민기구를 만들자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원탁회의’,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지도자회의’에 이어 문 전 대표도 15일 정당과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비상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구성 방안이나 주체ㆍ내용ㆍ역할이 불분명하다. 서로간의 협력ㆍ논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제안한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서 자신이 상임집행위원으로 참여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을 염두해 뒀다는 분석이다.

국본은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종교계, 학생운동조직의 연합체였다. 문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비상기구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경로는 앞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며 “문 대표가 말했지만 정치인들이 앞장서서는 안 되고 정치인들은 시민사회, 국민이 만들어놓은 걸 매듭짓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측과 박 시장 측은 일단 환영과 공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협력과 참여 여부에 대해선 즉각적인 대답은 내놓지 않았다. 이미 각자 방안을 발표한 상태에서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면 ‘기구’의 주도권이 문 대표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전대표의 전날 기자회견과 관련, “여태까지 뚜렷한 의견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민심과 또 정당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자 이를 따랐다”며 “로드맵이 과연 이해가 될 수 있는 로드맵인가 그 로드맵 자체도 솔직히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주체에 대해서도 제각각이다. 안 대표의 ‘정치지도자회의’는 야권 뿐 아니라 여권 정치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시민단체와 야당 지도자로 제한했다. 박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박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의 주도적 참여를 강조했다. 박 시장 측도 본지 통화에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1987년때 처럼 시민운동이 특정 정치인의 성과가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측은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식이 되어선 안된다.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전직총리, 전직 국회의장, 석좌교수등의 사회 원로가 중심이 돼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을 함께 모으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박병국ㆍ장필수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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