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혼란은 더 커지는데 수습할 리더십 안보여 답답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가 기능이 사실상 작동을 멈춘 지 한달이 됐지만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국정지지율 5%에 불과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의지는 도무지 식을 줄 모르고, 야권은 마침내 퇴진운동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양자영수회담도 추 대표의 헛발질로 판이 깨져 그나마 한가닥 정치적 대화 통로마저 막혀버렸다. 야당은 밀어내고 대통령은 버티는 형국이니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국은 격랑 속에서 표류하는 데 돌파구를 열어 갈 정치적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국정공백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국 인식이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과 여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무엇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청와대관계자는 헌정질서 중단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퇴진과 하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의 말이지만 이게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1백만 촛불 물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한 건 빈말이었고, 결국은 “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 변호인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 조사 연기를 요구했다.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한 대국민담화의 약속은 이미 잊은 모양이다.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시민집회가 예정돼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이 앞선다.

실현 가능한 정국 해법을 찾기보다 시류에 편승하는 듯한 야당의 움직임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아예 당론으로 정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국민과 함께’ 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한다지만 사실상 거리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건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제 1야당과 유력 대선주자로서 결코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 성난 민심에 기대 반사이익이나 챙기는 얄팎한 정당과 대선후보라면 국민들은 정권 감당 역량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제라도 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질서있는 퇴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으로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고 새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탄핵과 하야 등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그나마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 전제는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모두 사심을 버리는 것이다. 파국을 초래한 건 박 대통령이지만 여야 정치권도 정국을 수습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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