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 이정현표 ‘잡룡론’과 ‘반기문 꽃가마’의 오비이락

말은 인식을 드러내고, 인식은 행동의 단초가 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전날(16일) ‘잡룡(雜龍)론’은 그래서 더 파격적이고, 의뭉스러웠다. ‘정권 재창출’을 제1목표로 삼는 공당의 대표가 자기 집 ‘간판’에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직접 기자들을 불러모아 여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작심 비판을 이어 나갔다. “(지지율이) 다 합해서 9%도 안 되는데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이정현만 물러나라고 한다”, “다른 당의 세 번째, 네 번째 가는 사람 축에도 못 낀다”, “(지지율 총합이) 10%가 넘기 전에는 대선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말고, 대선주자에서 사퇴하라”, “어디 가서 대선주자라고 새누리당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말의 칼날들이 비처럼 쏟아져 잠룡(潛龍)을 잡룡으로 깎아내렸다.

이 대표가 최근 내놓은 정국수습 로드맵에 그의 대선 구상이 일부 녹아들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1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백기사(당 대표 겸 대선후보)’ 만들기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ㆍ남경필 경기도지사ㆍ오세훈 전 서울시장ㆍ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주요 잠룡들의 몫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 발언의 무게는 오히려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게 쏠린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하락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야권 밖 대선주자로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반 총장(11월 둘째 주 기준 17.2%, 리얼미터) 뿐이다. 앞서 정치권에 뜬소문처럼 떠돌던 ‘새누리당의 반 총장 꽃가마 준비설’이 다시 힘을 받는 이유다. 이 대표가 반 총장을 당의 ‘유일한 활로’로 보고 1월 조기 전대론을 내놨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토록 돌발적으로, 의혹을 주렁주렁 불러일으킨 대책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다. 당장 이 대표로부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자’로 지목된 남 지사가 “(이 대표는) 박근혜 종교를 믿는 사이비 신도 같다. 대통령의 2선 후퇴, 이 대표의 사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와 언어로 대응하고 있다”며 맞섰다. 제아무리 반 총장이라도, 골수 새누리당 지지층이라도 기함(氣陷)을 하며 도망칠 것만 같은 혼돈이다. 이 대표의 ‘잡룡론’과 ‘반 총장 꽃가마설’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만든 점입가경이다. 이대로 간다면 새누리당이 분자 수준으로 분해돼도 이상하지 않을 터다. 결국, ‘순리대로’가 정답이다. 누군가 물러나야만 길이 열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도 ‘책임완수’의 한 방법이다. 잡룡론이 부른 유일한 선택지다.

이슬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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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정치] 이정현표 ‘잡룡론’과 ‘반기문 꽃가마’의 오비이락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말은 인식을 드러내고, 인식은 행동의 단초가 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전날(16일) ‘잡룡(雜龍)론’은 그래서 더 파격적이고, 의뭉스러웠다. ‘정권 재창출’을 제1목표로 삼는 공당의 대표가 자기 집 ‘간판’에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직접 기자들을 불러모아 여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작심 비판을 이어 나갔다. “(지지율이) 다 합해서 9%도 안 되는데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이정현만 물러나라고 한다”, “다른 당의 세 번째, 네 번째 가는 사람 축에도 못 낀다”, “(지지율 총합이) 10%가 넘기 전에는 대선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말고, 대선주자에서 사퇴하라”, “어디 가서 대선주자라고 새누리당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말의 칼날들이 비처럼 쏟아져 잠룡(潛龍)을 잡룡으로 깎아내렸다.

[사진=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이 대표가 최근 내놓은 정국수습 로드맵에 그의 대선 구상이 일부 녹아들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1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백기사(당 대표 겸 대선후보)’ 만들기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ㆍ남경필 경기도지사ㆍ오세훈 전 서울시장ㆍ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주요 잠룡들의 몫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 발언의 무게는 오히려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게 쏠린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하락세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야권 밖 대선주자로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반 총장(11월 둘째 주 기준 17.2%, 리얼미터) 뿐이다. 앞서 정치권에 뜬소문처럼 떠돌던 ‘새누리당의 반 총장 꽃가마 준비설’이 다시 힘을 받는 이유다. 이 대표가 반 총장을 당의 ‘유일한 활로’로 보고 1월 조기 전대론을 내놨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토록 돌발적으로, 의혹을 주렁주렁 불러일으킨 대책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다. 당장 이 대표로부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자’로 지목된 남 지사가 “(이 대표는) 박근혜 종교를 믿는 사이비 신도 같다. 대통령의 2선 후퇴, 이 대표의 사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와 언어로 대응하고 있다”며 맞섰다. 제아무리 반 총장이라도, 골수 새누리당 지지층이라도 기함(氣陷)을 하며 도망칠 것만 같은 혼돈이다. 이 대표의 ‘잡룡론’과 ‘반 총장 꽃가마설’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만든 점입가경이다. 이대로 간다면 새누리당이 분자 수준으로 분해돼도 이상하지 않을 터다. 결국, ‘순리대로’가 정답이다. 누군가 물러나야만 길이 열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도 ‘책임완수’의 한 방법이다. 잡룡론이 부른 유일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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