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6社로 분사…종착역은 ‘후계승계?”

조선·해양부문 수주악화 원인

非조선부문 개별경쟁력 강화 핵심

분할 마무리땐 부채비율 95.6%로

이사회 의결, 예정분할일 내년 4월

지배사전환 통한 회사승계 해석

“본격적 감원 아니냐” 우려도

현대중공업이 6개 독립회사로 분사된다.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와 위험 분산, 책임경영 확립 등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다. 분사 배경은 조선업황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분사의 최종 목적지는 지주사 전환을 통한 회사 승계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분사된 회사의 매각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책임경영의 핵심은 실적이 나쁠 경우 매각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조선-해양-엔진 부문이 먹여살리던 체제에서 이제는 6개 회사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그린에너지 ▲로봇(현대로보틱스)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예정 분할일은 2017년 4월1일이다.

분사되는 6개 회사 가운데 규모가 큰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는 사업분할 방식의 분사가 이뤄진다.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독립해 자회사가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된다.

현대중공업의 분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간 현대중공업 그룹 내 주력은 조선-해양-엔진 등 조선 부문이었다. 조선 부문이 비조선 부문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됐다. 그러나 조선 부문 업황이 급전직하하고 도크를 폐쇄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제 각자 도생을 모색할 시기가 왔다는 판단이 분사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매출 비중을 확인해보면 조선-해양-엔진 매출 비중은 81.1%, 전기전자는 10.6%, 건설장비는 7.3%, 로봇은 1.6% 등이다. 이 때문에 분사를 통해 회사 주력인 조선-해양-엔진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고, 그룹으로 묶여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비조선 부문의 개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적지 않았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이번 회사 분할이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이 106.1%에서 95.6%로 낮아지게 된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발주처로부터 선박 수주를 받을 때 ‘안정적 재무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현대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분할을 통해 부진한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황으로 다른 사업부문들까지 저평가되는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6개로 쪼개는 대단위 작업이다보니 분할에 대한 해석도 다각도로 제기된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최근까지 분사가 감원의 연장선상에 있었던만큼 본격적인 감원 계절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의 분사가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각 부문별 핵심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라며 관련 해석을 부인했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론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분사란 해석이다. 계열사중 알짜인 현대오일뱅크가 현대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됐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정몽준 회장이 보유하게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출자하면, 정 회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이 40%대(현재 10.15%)로 상승하고, 최종적으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정기선 전무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기는 것이다.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승계의 걸림돌이었던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도 상승하게 된다. 특히 올해 초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주회사 규제 해소 유예기간을 연기해 준 것도 현대중공업측이 전격적으로 분사를 단행키로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현대중공업측은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분할결정이 승계구도나 지주사 전환 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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