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탈당 포문…정계개편 기폭제? 비주류 와해 불씨?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박근혜)계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비주류 그룹 사이에서 처음으로 ‘탈당 여론’이 분출됐다.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기수(旗手)다. 그러나 남 지사가 탈당의 포문을 연다 해도 다른 잠룡과 소속 의원들이 얼마나 뒤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친박계에서는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한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 탈당 선언은 ‘잔 불’로 그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ㆍ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잠룡들은 남 지사의 ‘잠재적 탈당’ 선언에 계산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독일을 방문 중인 남 지사는 전날(한국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계가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중대결심은 힘든 결정이 될 수 있다. 정치를 통한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는 각오로 할 것”이라고 했다. 

16일 ‘중대결심’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지사.

문제는 이정현 대표의 ‘상태 고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2018년 8월 9일까지 임기이지만, 당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늦어도 12월 20일 깨끗히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왕 나온 로드맵이니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1월 조기 전당대회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남 지사의 ‘중대결심’을 부추기는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지만, 다른 비주류의 ‘동반 탈당’은 장담키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쪼개지는 사태는 없었으면 한다”며 “당을 뛰쳐나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임 당 대표로서 4ㆍ13 총선 참패 등에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 역시 섣불리 움직이기는 어렵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탈당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며 “무엇이라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친박계 사이에서는 ‘탈당 선언’은 현실화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당이 싫다면 자신들이 직접 ‘새집’을 지으면 되는데, 뛰쳐나가는 것이 무서우니 우리들을 내몰고 ‘본가’를 편하게 차지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막상 남 지사가 먼저 뛰쳐나가 깃발을 꽂아도, 지지율 10%이상의 유력한 구심점(대선주자)이 없는 마당에야 ‘잔 불’로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남 지사의 움직임에 소장파 의원 일부가 동참하면서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의 원내 주축세력(현역 의원 40~50여명)이 와해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해 다른 대선주자들도 탈당을 선택할 경우, 제3지대에서 신당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