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저유가로 픽업·SUV 등 대형차 인기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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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형차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넓직한 좌석 뒤에 짐칸이 달린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잘 팔린다. 미국인들이 원래 큰 차를 좋아하는 데다 저유가로 소비자들이 연비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갤런(약 3.8ℓ)당 2달러(약 2천336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연비가 나쁘더라도 GM 등 미국 메이커들이 강세를 보이는 픽업트럭이나 SUV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인은 주말이나 휴일 등을 이용해 목공 일을 하는 걸 즐긴다. 짐칸에 `주말목공’에 필요한 물건을 싣고 달리는걸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조사회사인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미국 신차판매에서 차지하는 픽업트럭과 SUV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올해 1~10월 신차판매 대수에서 픽업트럭의 비중은 14.9%, SUV는 37.5%였다. 여기에 밴 등을 포함하면 대형차 비율은 6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의 전체 신차판매 대수는 올여름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메이커들이 강한 세단형 승용차의 비중도 작아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지치 다카히코(伊地知隆彦)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은 엔화강세로 5년 만에 순익감소를 기록한 중간결산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쟁”에 위기감을 표명하면서 미국시장을 겨냥한 대형차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멕시코 공장에 160억 엔(약 1천740억 원)을 투자해 주로 미국시장에 보낼 픽업트럭의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현재의 1.6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석유 위기를 계기로 연비가 좋은 소형 일본 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픽업트럭이나 SUV의 인기가 여전히 강해 90년대 호황기와 이번처럼 유가가 싸지면 언제든 대형차 붐이 재연되기 쉽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런 시장변화에 맞춰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올부터 규슈(九州)공장에서 미국시장을 겨냥한 SUV 로그생산을 시작했다.

가을에는 미국 현지 생산 픽업트럭 ‘타이탄’ 신형을 추가했다. 혼다는 내년 봄에 미국시장에 내놓을 대형차 비율을 현재의 50% 미만에서 60% 늘리기로 했다. 마쓰다도 올해 미국에서 신형 SUV ‘CX-9′을 투입했다.

도요타는 주력 픽업트럭 ‘타코마’를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혼다도 인기차종인 ‘HR-V’를 내년 봄 멕시코 공장에서 증산한다는 방침이다.

대형차 증산에는 위험도 따른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약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에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전략수정이 불가피하다.트럼프는 80년대 미·일 자동차마찰을 떠올리게 하는 어조로 일본 자동차를 공격해 왔다. 교토(京都)산업대학의 시노하라 겐이치 교수는 “미국인들이 미국 차의 대표로 여기는 픽업트럭은 마진이 커서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아성’이기도 하다”고 지적, “일본 메이커들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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