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대통령 버티기 계속되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것

강력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의를 외면하고 아예 장기전 채비를 갖추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뜬금없는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의혹만으로 대통령을 내려오라 할 수 있느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도 있었다.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에 당분간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과 접촉을 위해 차관급 실무 대표단 파견을 승인하는 등 외치(外治)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같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의사를 밝힌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며 낮은 자세를 보이던 것과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할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결국 국회의 탄핵 절차에 따라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될 때까지는 퇴진도 임기 단축도 2선후퇴도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탄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를 포위한 1백만 촛불 물결이 그 단적인 증거다. 통상 대통령 지지도가 20%까지 내려가면 레임덕 상태로 여긴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이를 밑돌아도 한참 밑도는 5%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면 영(令)이 서지 않아 국정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민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질서있는 퇴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마지막 예의다.

그런데도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청와대의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적당히 시간을 끌면 민심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건 국민들을 얕잡아 보는 것이고, 상처난 자존심을 다시 건드리는 악수다. 퇴임 후 평범한 국민의 한사람으로 돌아 갈 기회마저 잃게 된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잘못까지 범해선 안된다.

당장 급한 것은 국정의 안정이다. 대통령의 버티기가 길어지는 만큼 국정 정상화는 멀어진다. 그건 대통령도 절대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버티기를 접고 국민과 약속한 대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국정을 수습할 합리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무조건 하야’를 외치는 야당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하루 속히 총리를 추천하고 새 총리가 국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길을 놔줘야 한다. 그런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 혹독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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