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최순실게이트’…“한국병ㆍ정치지형 변화 생길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분명한 것은 한국 민주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박근혜 스캔들’을 통해 횡령과 뇌물, 권력 남용이 만연한 한국의 부패실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른바 ‘대구민심’을 중심으로 한 한국 보수세력의 정치지형도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일국의 대통령이 한류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름으로 몰래 미용클리닉을 다녔으며, 각종 정부 사업에 비선실세가 개입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대구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티모시 리치 웨스턴 켄터키대학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자릿 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박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한다”라며 “박 대통령의 강점 중 하나는 부패하지 않은 이미지였는데, 최근 사건으로 그 이미지가 완전히 깨졌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박 대통령이 공직에 없는 지인에게 기밀 문서를 공개하고 해당 지인을 위해 기업에 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와 같은 ‘국가적인 망신’에 박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기반이었던 대구 사람들조차 등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지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대구 시민들이 “박 대통령이 안쓰럽지만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WP는 16일(현지시간) “박근혜 스캔들은 치유되지 않는 부패를 일컫는 ‘한국병’을 보여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각종 부패와 뇌물, 횡령 및 권력 남용에 휘말리는 것이 새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매체가 사용한 ‘한국병’이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사정권의 폐해와 부정부패를 두고 한 말이었다. WP는 ‘비선실세’ 논란의 최순실 씨의 미르재단에서부터 정유라 씨의 대학 입학 비리까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WP는 정부 주도의 산업화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와 같은 부패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산업화 시절,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을 지원했고 당시 만들어진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라고 꼬집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호의’(favor)라는 개념보다 더 강한 의무와 기대가 녹아있는 ‘부탁’이라는 단어가 있다”라며 “한국은 공동체를 매우 중시하는 국가이고, 이 때문에 개인적인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한국문제 전문가 스테판 해거드 교수도 “기밀 문서, 재단, 대학 등 이번 스캔들은 현재 진행 중인 법률 위반의 모든 범위를 보여준다”며 “이는 워터게이트보다 더 큰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산케이신문은 최순실 씨와 최순득 씨가 박 대통령의 진료기록을 위조해 영양제를 처방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혈액 등 대통령의 건강 정보는 국가 기밀에 해당,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다”라며 “최 씨를 통해 허술한 ‘기밀 관리’의 실태가 새롭게 드러났다”라고 전했다. 겐다이 비즈니스는 “박근혜 의혹을 계속 방치해온 ‘한국 언론의 기가막힌 체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이었던 가토 다츠야를 한국 검찰이 기소한 것만 봐도 이는 박 대통령이 국내 언론에 ‘경고’를 하고 산케이를 ‘본보기’로 삼은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은 이미 8년 전에 제기됐지만 박근혜 정권 하에 이것은 일종의 ‘취재 금기’였다”라며 “이사건이 단번에 노출된 것은 박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지도력이 한계에 도달해 언론 통제력마저 약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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