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바닥’ 탈출 철강업계 이젠 집안싸움

전 세계적인 철강 시황 악화와 중국산 철강재의 내수 장악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국내 철강업계가 이번에는 ‘집안 싸움’을 벌이면서눈총을 사고 있다. 포스코가 베트남에서 생산한 ‘H 형강’을 국내로 들여온 것이 싸움의 발단이다.

국내 H형강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포스코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베트남 현지 공장인 포스코 SS비나에서 생산된 H형강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철강시장을 교린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가격이 문제였다. ’포스코 SS비나‘의 H 형강은 국내산보다 톤당 2만 원가량 저렴하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가 적극 수입해 들여온 것도 아니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자율로 들여온 걸 막는 건 어렵지 않느냐”고 밝혔다.

가격 차가 얼마 안 되는데 이를 반덤핑으로 제소한다는 건 ‘액션’이란 시각도 있다. 포스코 베트남산 H 형강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한자리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제철 등은 이번 사안을 좌시하면, 향후 중국산 철강재의 공습도 막아내기 어렵다는 논리다.

포스코가 역수입해서 국내 시장을 파고들면 단순히 이익 차원을 넘어 국내 철강업계 시장 질서가 깨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업계 자율로 포스코 측이 ‘포스코건설 현장에만 공급하겠다’고 구두 합의한 룰을 깼다는 것에 대한 ‘괘씸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집안 싸움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식구끼리 ‘강(强) 대 강’ 싸움은 안팎으로 이득이 될게 없다. 미국은 올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냉연, 열연 제품에 대해 최대 60%대의 ‘관세폭탄’을 매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철강업계는 그동안 구조조정 관련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며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해운, 조선산업에 정부의 힘이 가해질 때도 철강업은 한발 빗겨 나 있었다. 소소한 사안이야 말로 업계 자율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놓고 감정 싸움을 벌여 얻을 게 없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