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준의 타임라인]‘헬조선’은 현실입니다

황덕준/미주헤럴드  발행인

황덕준/미주헤럴드    발행인

40년 동안 택시기사로 생업을 꾸리며 5남매를 키워낸 친척 할머니가 있습니다. 팔순을 앞둔 몇달 전에야 운전대를 놓고 은퇴한 분인데 박정희시대 예찬론자요, 박근혜를 지극히 불쌍한 팔자라며 측은히 여기던 분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최근의 시국이 언급되자 입에 담기 힘든 육두문자로 질펀한 욕설을 쏟아내더군요.

“지 애비 애미 총탄에 잃어 불쌍하다 싶어 찍어줬는데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냐. 속에서 열불이 나서 이제 뉴스도 보기 싫어”

한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과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합니다. 지역과 장소를 옮길 때는 처음 보는 옆자리의 동승객이나 택시기사 등과 몇마디씩 주고 받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하고 체감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5% 지지율조차 “지나치게 높다”는 ‘민심’입니다.

100만명이 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퇴진하라.하야하라”는 함성은 2002년 월드컵 축구 당시 광화문대로를 메웠던 붉은 악마의 그것보다 몇배 높은 데시벨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게 빈말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제는 느닷없이 부산 해운대의 상업용 대형단지 건설사업 비리를 엄정 수사하라고 법무장관에 지시하는 것으로 국정 운영권을 다시 발동했습니다. 2차 사과 담화 이후 나온 첫번째 발언이 ‘비리 엄중 척결’이다보니 퇴진 정국을 모면해보려는 ‘물타기’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 국민은 어떤 사람을 청와대에 들어 앉혀놓은 건지 어이 상실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합니다.

하긴 우물쭈물 정치적인 계산이나 헤아리다가 여론에 혼쭐나고서야 부랴부랴 ‘박근혜 퇴진’으로 입을 모으는 야당이나 아직도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집안싸움 일 삼는 새누리당이나 사이사이 들춰지는 꼴을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채 흘러가는 정치와 권력….이러다 민란이 일어나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고국 방문 중에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를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입니다. ‘헬 조선’은 현실입니다.<서울에서>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