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 길고 어려웠다“…6ㆍ9 모평과 난이도 유사

[헤럴드경제=조범자ㆍ유오상ㆍ구민정 기자]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올 6월과 9월 모의평가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의평가에서 국어와 수학이 전년도 수능에 비해 어려웠던 만큼 올 수능도 국어와 수학에서 변별력이 생길 전망이다. 실제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 역시 “국어 비문학 지문이 길고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정진갑(계명대 화학과 교수) 수능 출제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학년도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을 갖고 “올해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일관된 출제기조를 유지했다”며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핵심적이고 기본적 내용 중심으로 출제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진갑(계명대 화학과 교수) 수능 출제위원장]

2년 전 ‘물수능’과 2016학년도 ‘불수능’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때문인지 올 수능은 출제위원회와 검토위원회에서 ‘적정난이도’와 ‘일관성’ 유지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김영욱 검토위원장(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은 “난이도는 기본적으로 적정 난이도의 일관성 유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올해 출제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다. 6월과 9월 모의평가 수준과 유사하게 이번 수능도 출제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6ㆍ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와 수학이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돼 이번 수능도 두 영역서 변별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9월 모의평가서 3등급을 받은 오승모군은 “비문학 지문이 길고 내용이 어려웠다.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조금더 어려워진 것같다. 전체적으로 지문이 예전보다 길어져서 시간이 촉박했다”고 했다. 9월 모평서 4등급인 엄성현군은 “시간도 모자랐고 지문 자체가 어려웠다. 문학은 지난 모평과 비슷했는데 비문학 문제가 어려웠다”고 했다. 9월 모평서 1등급을 받은 이종열군은 “전체적으로 보면 6월, 9월 모평보다 쉬웠던 것 같다”면서도 “지문은 모평보다 확실히 길었다. 과학지문이 특히 길었다. 21번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올해부터 공통시험으로 바뀐 국어와 가/나형으로 변화된 수학은 2009년 개정교과 교육과정 수준에서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영어는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했고, 수학과 탐구영역,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은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고력 중심 평가를 지향했다. 올 수능에서 처음으로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도 지난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유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출제위원회는 설명했다.

EBS 교재와 영역별 연계율은 이번에도 70% 수준으로 맞췄다. 개념이나 원리, 지문이나 자료, 핵심 제재나 논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과 문항을 변형 또는 재구성하는 방법 등으로 연계했다.

내년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는 지난해 수능 때와 마찬가지로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 등을 활용하되 단어와 문장이 쉬운 지문을 활용했다. 다만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하되 변별력을 위해 까다로운 지문과 문항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역별 최고 난이도는 표준점수로 변환했을 때 차이가 없도록 하는 걸 최대 목표로 삼았다고 출제위는 설명했다. 특히 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의 경우는 선택과목에 따라서 유·불리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점자 비율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만점자 비율 1%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오류없는 문항이 우선이고 난이도 분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만점자 비율 목표는 이번 출제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한 국어 A형은 만점자 비율이 0.8%, 국어 B형은 0.3%였고, 수학 A형은 0.31%, 수학 B형은 1.66%가 만점을 받았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만점자는 0.1%였고, 수학 가형은 2.08%, 수학 나형은 0.15%이었다. 영어영역에서 만점자 비율은 2.49%로 쉽게 출제됐다.

6월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고에 대해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경찰 지원도 증원했고 인쇄본부와 출제본부 외부 보안도 훨씬 강화했다. 본부 입·퇴소 때 철저한 보안검색이 시행되고 있다. 본 수능에서는 유출 사고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시험장에서 치러진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2만 5200명 감소한 60만 5987명이 응시했다. 재학생은 45만9342명, 졸업생 등은 14만6645명이다.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은 17일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전용게시판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심사기간(11월22~28일)을 거쳐 오는 11월28일 오후 5시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오는 12월 7일 수험생에 통보된다.

세종=조범자ㆍ유오상ㆍ구민정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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