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 “찍신이 오신다” “이러려고 대박났나” …재치 넘치는 수능 응원전

-후배들, 부부젤라까지 동원해 수험생 격려…‘비선실세’ 풍자 문구 등장

-“말 사주는게 낫겠다” 응원도…‘이화여‘외’고’ 헷갈리지 않게 팻말ㆍ방송

[헤럴드경제=구민정ㆍ유오상 기자] “찍신이 오신다!”, “언니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날개를 활짝 펴고~ ○○여고 대박날거야~ 긴장없이 잘 푸는 시험 만점!”

17일 오전 수능 한파는 없을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에도 잔뜩 움츠러들기만 했던 수험생의 마음은 시험장 앞에서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이날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전국 1183개 시험장 앞이 출신 고교 후배, 친구,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사진=17일 오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시험장 앞.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아이언맨 헬멧과 캡틴아메리카 방패를 든 한 수험생 가족.   구민정 [email protected]]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시험장 앞. 배화여고 2학년 학생 20여 명은 아침 일찍부터 북을 치고 교가를 부르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배화에 미치다‘ 등의 피켓도 양손에 들었다.

이에 뒤질세라 덕성여고 1ㆍ2학년 학생 30여 명도 역시 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부부젤라도 등장했다. ‘대~한민국’하고 외치는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 구호에 맞춰 ‘수~능대박! 뿌뿌뿌뿌뿌(부부젤라 소리)‘이라고 외쳤다. 이 학교 2학년 신진희(17) 양은 ”선배들 응원하려고 친구들이랑 2주 정도 연습했다”며 “내가 응원한 것처럼 내년에 후배들도 나를 응원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동성고 시험장 앞에 간 한상진(17ㆍ환일고2) 군도 “1년 뒤 (내가 치를) 수능의 느낌, 선배들은 지금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더 긴장된다”며 “선배들 모두 시험 잘 봐서 좋은 대학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17일 오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종로구 동성고 시험장 앞. 경복고 학생들이 피켓 아래서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유오상 [email protected]]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 국정 개입 의혹도 응원 문구에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 시험장 앞에는 최 씨 모녀사건을 패러디하는 피켓이 등장했다. 서문여고 학생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을 풍자해 ‘이러려고 대박났나. 만족감 들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선배들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면서 목청을 높였다.

수험생들은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부터 대부분 건강 관리를 위해 따뜻하게 입고 시험장에 속속 도착했다. 수험생들은 얼굴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여유를 찾기 위해 애썼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장을 잘못 찾아 순찰차에 타고 입실 시간(오전 8시10분)에 겨우 맞춰 들어오기도 했다.

이화여외고 앞에서 만난 김은아(18ㆍ신광여고3) 양은 “우리 학교에서는 여기(이화여외고)에 나 포함해 3명 밖에 안 왔다. 기출 문제 많이 풀면서 준비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오늘은 영화를 보고, 내일은 친구들이랑 집회에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말한 뒤 마침 지나가는 같은 학교 친구와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사진=17일 오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시험장 교문 앞. 이화여고와 이화여외고 시험장을 헷갈려 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외국어‘ 밑에 빨간 밑줄이 쳐 있다.   구민정 [email protected]]

동성고 앞에서 만난 3수생 김덕명(20) 씨는 “대학 간 친구 4명이 응원을 와줘서 부끄러운데 심지어 다들 대학교 과잠(과점퍼)까지 입고 왔다”면서 “너무 치욕스러워서 이번엔 꼭 더 좋은데로 갈 예정”이라며 웃었다. 김 씨를 응원하러 온 홍성현(20ㆍ연세대2) 씨는 “친구가 (나보다)더 좋은데를 갈 리는 없지만, 작년에도 왔으니까 올해도 의리를 지키고자 왔다”면서 “차라리 돈을 모아 말을 사주는 게 빠르겠다”며 최근 불거진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관련 의혹을 비꼬기도 했다.

응원하러 온 가족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초조함 속에서도 시험장 문 앞에서 자녀의, 가족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했다. 이화여외고 앞에서 만난 수험생 어머니 나은선(45ㆍ여) 씨는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으니 평소대로 잘 보면 좋겠다”면서 “아침에 소고기무국을 챙겨 줬다. 자기가 먹을 건 (알아서) 챙기더라”며 딸을 기특해 했다.

손자를 동성고 앞에 데려다 준 정종금(66ㆍ여) 씨도 “오늘 손자가 다니는 성동고 후배들이 응원을 와줘 매우 고맙다. 아이들이 발이 시렵다고 하니까 핫팩을 사와 나눠줬다”며 “(오후)4시에 시험이 끝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손자 후배들과 함께 고사장 앞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헷갈려 곤혹을 치렀던 이화여외고는 학교 내에서 방송을 통해 “이곳은 이화외고다. 수험장이 이화여고인 학생들은 퇴실하여 이화여고로 이동해 달라“며 안내 방송을 하고, 교문 앞에서 이화여‘외’고를 강조하는 팻말을 세워놓아 수험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화여고와 이화여외고는 붙어있지만 정문이 서로 반대편으로 나 있어 이화여외고에서 이화여고로 가라면 서대문역을 지나 정동길로 빙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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