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필리핀 한인 총기 살해범 현지서 검거

사건발생 직후 피해자 투자금 7억원 인출 후 도피

하루 숙박비 70만원 상당 고급 리조트서 은둔생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3명의 머리에 총을 쏴 살해한 피의자가 드디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지난 10월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3명 피살 사건의 유력한 피의자 박모(38) 씨를 이달 17일 필리핀 파라케냐 소재 콘도에서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필리핀 앙헬레스 인근 바콜로시(市)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한국인 피해자 3명이 발견된 지 37일 만이다.

검거 당시 박 씨의 모습.   [사진제공=경찰청]

그동안 경찰은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다 사건 직후 종적을 감춘 박 씨를 유력한 피의자로 보고 추적해 왔다. 지난달 13일 경찰은 전문 수사관 4명을 파견하고, 현지의 코리안 데스크를 집결해 현지 경찰과 함께 ‘총력 검거작전’에 나섰다.

경찰은 이달 10일 현지 정보원의 제보를 받아 사건 현장에서 3시간 떨어진 팡가시난 소재 리조트를 찾았지만 박 씨는 나흘 전 퇴실한 상태였다. 이튿날엔 박씨 페이스북 사진에 올라온 팡가시난 북쪽 4시간 거리의 바기오의 리조트 모습을 포착, 급습했지만 이달 7일 퇴실해 검거에 실패했다.

이후 경찰은 박 씨가 필리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 최북단 유명 리조트 주변에서 박 씨를 수소문하던 중 지난 17일 오전 11시 피의자 위치 첩보를 받고 필리핀 이민청 직원과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이 박 씨를 피의자로 특정한 데 활용한 사진. 왼팔에 그려진 문신을 토대로 경찰은 박 씨의 용모를 파악했다.   [사진제공=경찰청]

박 씨는 국내에서 15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던 중 필리핀으로 도주한 피해자 A(48) 씨, B(49ㆍ여) 씨, C(52) 씨를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함께 생활했다. 2010년 필리핀으로 건너난 박 씨는 현지에서 정킷방(해외 불법 카지노) 운영, 환전업, 중고차 매매업, 소규모 건설업 등을 해왔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달 10일 오후 9시께 박 씨가 피해자들과 함께 나가는 등 피해자들의 최후 행적까지 함께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3일 피해자들이 앙헬레스에 위치한 카지노에 예치한 투자금 7억원을 박 씨가 인출해 마닐라로 도주, 자신의 차량을 처분한 사실을 확인하고 박 씨를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코리안 데스크 담당관을 통해 피의자 박 씨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DNA 분석 과정 등 필리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 시 필리핀 경찰의 증거물 확보와 분석을 지원할 것이며, 국내에서 검거된 피의자 김 씨와 관계와 범행 가담 정도 등을 보강 수사할 것”이라며 “필리핀에서의 사법 절차가 종료되면 박 씨를 한국으로 송환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던 김모(34) 씨를 국내에서 긴급체포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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