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재개’ 방패 들고 버티기 나선 박 대통령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고유권한을 발판으로 국정재개 수순을 밟으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헌법을 유린했단 지탄을 받는 박 대통령이 역설적이게도 헌법을 방패막이로 삼아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00만 촛불과 야권이 요구한 퇴진을 거부한 채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으로서 ‘외치’(外治)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대외행보를 자제해온 박 대통령이 다시 나서는 이유를 놓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본이 시기를 제안하는 상황에서 국내 이유로 참석을 못하면 많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장 중요한 외교행사로 꼽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박 대통령이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이번 APEC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정부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참 결정도 이미 지난 9월 북한 핵실험 이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모두 나서는 APEC이야말로 북핵 해결 방안을 한 자리에서 논의하기 가장 좋은 자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APEC 불참 결정이 알려진 뒤 앞으로 박 대통령의 대외활동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얼마나 의미 있는 대화를 하겠냐는 회의적인 분석도 덧붙여졌다. 결국 달라진 건 대외환경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마음가짐인 셈이다.

APEC 참석을 위해 황 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기간(11월 18일~22일) 열릴 가능성이 큰 국무회의에 박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국정 재개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국무회의는 화요일에 열린다. 날짜로는 22일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건 10월 11일이 마지막이다. 그동안은 황 총리가 맡았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이 크지만 ‘제3차 대국민 담화’가 될 모두발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사다. 또 절차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외교ㆍ안보’라는 대통령 권한을 백분 활용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또 다른 헌법 권한은 인사권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 신임 청와대 참모진과 신임 대사들에게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8일 만에 공식일정을 재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16일에는 외교부 2차관 인사를 냈다. 고위직 내정과 임명 등 절차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외치에 이어 내치(內治)도 손에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사건’에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에서도 이 같은 맥락이 일부 엿보인다. 대통령으로서 공직사회의 명줄인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것과, 부처 최고 수장인 장관에게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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