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균형·불평등이 낳은 ‘삶의 질’ 세계 47위 한국

해마다 한국인들의 ‘삶의 질’ 순위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국내외 어디서 나오는 자료든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16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서 한국의 ‘삶의 질’ 순위는 지난해 보다 7계단 떨어진 47위에 머물렀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했던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28위로 평가됐다. 2012년 24위에서 해마다 내려앉아 이제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해야할 처지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이처럼 낮은 것은 불평등과 불균형이 쌓인 결과다. 한국은 교역규모(2015년 기준 9630억 달러/ 세계 6위)와 무역수지(900억 달러/4위)면에서 세계 톱 클래스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대비 R&D 투자 비중은 2년 연속 세계 1위다. 세계 6위의 R&D 투자규모로 선진국 특허 등록 수는 세계 4위, 보유 건수는 세계 5위다. 경제 강국이라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는 1인당 연간 2113시간(3위)이나 일한데 따른 결과다.그런데도 실업률은 3.6%(14위)나 되고 경제성장률은 2.6%(104위)에 불과하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긴 시간 일하지만 임금 불평등은 극심하고 노동생산성도 꼴찌 수준이다.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23.1%에 달한다. 밤낮으로 죽으라고 일을 해도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없이 적은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의 사회지표는 극단적인 불균형을 보인다. 한국인들의 자살률은 10년 넘게 부동의 1위다. 노인 빈곤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저 수준의 출산율(1.26명/ 166위)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지난해 이뤄진 반덤핑 조사 건수가 중국(71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타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경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구조속에서 삶의 질이 좋게 나온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다.

불경기로 특근없는 조기퇴근이 일상화되면서 울산지역에선 근로자의 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동이나 취미생활, 자기계발에 나서는 일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낮시간 주부들과 은퇴자를에게 집중된 지자체의 각종 프로그램에 퇴근 후 근로자들을 위한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의미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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