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영화ㆍTV넘어 시상식까지…” 中최대부자의 美문화사냥 어디까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중국 최고부자’ 왕젠린(王建林ㆍ62) 다롄완다그룹 회장이 아주 의미있는 한 수를 뒀다. 완다그룹은 4일 미국 유명 TV 프로덕션인 딕 클라크(Dick Clark)를 10억달러(1조1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미국 대선에 언론의 관심이 쏠려있는 와중이라 비중있게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중국 대표하는 부동산 부자’에서 ‘글로벌 대중 문화 산업의 거두’로 변신을 노리는 왕젠린의 ‘큰 그림’을 가늠할 수 있는 행보기 때문이다. 

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 (게티이미지)

그가 인수를 발표한 딕 클라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 미인대회 ‘미스 아메리카’, 새해 카운트다운 쇼 등을 제작하는 TV 프로그램 제작사다.

이 중 골든글로브는 1940년대 말 시작돼 이제는 ‘아카데미 전초전’ 격의 시상식으로 자리 잡은 권위 있는 행사다. 영화 부문만 수상하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달리, TV 부문을 아우르며 가장 대중적인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청자는 1850만명에 달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는 이번 인수에 대해 “완다가 미국 TV산업에 처음으로 입장한 것”이라면서 “인수가 완료되면 완다는 딕 클라크가 제작하는 음악, TV, 영화 부문의 시상식에 대해 지배권(control)을 갖게 된다”고 썼다. 

골든글로브 트로피 (게티이미지)

최근 왕젠린 회장은 콘텐츠 산업 투자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미국 최대 극장체인 AMC, 유럽의 오디언앤드유아이씨, 호주의 호이츠 등을 사들여 ‘하드웨어’를 갖춘 후, 올해 1월에는 미국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엔터테인먼트사 쇼핑’에 나선 완다그룹의 인수합병(M&A) 규모도 주목할만하다. 올해 7월까지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 오데온 등을 인수하는 데 쏟아부은 금액은 160억달러(18조3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이달 깜짝 발표된 딕 클라크 인수금액 10억달러를 더하고, 인수협상이 진행 중인 파라마운트픽처스 지분 예상금액 등을 고려하면 완다가 엔터산업에 퍼붓는 공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또 딕 클라크의 인수로 왕젠린의 ‘큰 그림’은 단순히 미국 영화산업 진출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의미도 크다. 완다그룹은 이제 골든글로브처럼 권위 있는 시상식들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프로그램)을 만들고, 배급하고, 상영(방영)하고, 시상까지 하는, 초특급 ‘수직계열화’에 대한 구상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어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시도해보지 않은 시스템이다. 

완다플라자 (출처 완다상업계획연구원)

왕젠린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즈, 블룸버그,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일제히 “차이나머니의 침투는 일방적이다. 미국 자본은 중국 미디어 산업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디어와 영화 산업 등에 외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수입영화 편수를 제한하는 ‘스크린쿼터’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묘책 중 하나다.

부동산 투자로 재벌 반열에 오른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산업으로의 방향 전환은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영화, 방송프로그램, 음악 등의 콘텐츠는 소비자들이 한 번 그 ‘취향’에 길들여지면 계속해서 찾게 되는 특성이 있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프랑스의 예술 영화, 또는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 등이 그 예다.

반면 중국의 부동산 상황은 가변적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토지는 정부 소유로 경매나 매매에 의해 민간이 사용권을 얻는다. 이같은 제약을 뚫고 완다는 민간부동산기업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으나 중국 정부 정책 변화라는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더욱이 부동산 버블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가격도 안정되어가는 분위기다. 왕젠린으로서는 ‘부동산만 믿고’ 언제까지나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중국 민간 부동산 사업자들은 언제나 ‘정부 정책변화’란 변수에 민감하다. (출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

왕 회장은 “새로운 경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서 문화산업에 진출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끝을 모르고 ‘엔터테인먼트 제국(entertainment empire)’을 넓혀가고 있는 왕젠린의 현재 자산은 329억달러(38조6000억원ㆍ포브스 기준)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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