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장실의 날…우리 현실은? ①] 남녀공용 화장실 여전히 문제…장애인ㆍ어린이 사용도 불편해

- 상가화장실 대부분 남녀공용 화장실…불편도ㆍ범죄 위험성 높아

- 타일 깨지고 미끄러워 장애인ㆍ어린이는 이용하기 힘들어

- 비상알림벨 설치ㆍ위생 체크리스트 등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로 탈바꿈중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자체 화장실 시설을 구비한 건물들이 늘고 있지만 남녀공용 화장실, 열악한 변기 시설 등 기존에 지적된 화장실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과 어린이 등은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구조의 화장실 시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지난 5월 1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부근 한 노래방 상가 화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화장실은 최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남녀 분리 화장실로 바꼈다.]

오는 19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적절한 위생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한편 한국 사회 화장실 문화중 남녀공용 화장실은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중 하나”라고 답하는 부분이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7조(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는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2006년 11월에 개정됐기 때문에 그 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남녀 공용화장실 1개를 설치해도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다. 이에 여전히 많은 상가에서 남녀공용화장실을 운영중이다. 남녀공용 화장실의 경우, 남녀 서로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상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두모(52) 씨는 “남자 손님이 안에서 소변 보는지 모르고 여자 손님이 문 열고 들어가다 소리 지르고 남자 손님도 불쾌해 하는 일처럼 손님들끼리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상가건물에 위치한 남녀공용 화장실은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중 하나”라고 답하는 부분이다.]

남녀공용화장실의 경우, 범죄 가능성도 여전하다. 
 
강남역 부근 한 노래방 상가 화장실에서 지난 5월 17일 벌어진 살인사건에서도 범인 김모(34) 씨는 흉기를 지닌 채 남녀 공용화장실에 숨어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해당 화장실은 남녀공용에서 남녀 각각의 화장실로 분리된 상태다. 경찰은 해당 상가 화장실에 여성 안심벨을 설치했다. 여성안심벨은 화장실 내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받는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서 1분간 사이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1일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연구동의 한 여성 화장실에 잠입해 20대 여성 연구원을 성폭행하려고 했으나 해당 연구원이 비상알림벨을 누르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경찰은 주요 범죄 취약지를 대상으로 지자체 등에 협조를 구해 비상벨 설치 예산을 배정받아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을 해가고 있다.

[사진=경찰은 주요 범죄 취약지를 대상으로 지자체 등에 협조를 구해 비상벨 설치 예산을 배정받아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을 해가고 있다.]

장애인, 어린이들의 공용화장실 사용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공중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8조(공중화장실의 관리)에 따라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화장실 시설의 청결 여부,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쉽게 발생하는 타일 깨짐, 문고장 등의 시설물 고장은 안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마포구 동교동의 한 상가건물 관계자는 “워낙 번화가라 사람들이 많이 쓰니 문고장이 잦아 제대로 못 고치고 그냥 쓰고 있다”며 “청소하는 아줌마가 매일 오긴 하는데 항상 옆에 붙어 관리할 순 없어 바닥에 물 있고 하면 어린 친구들이 사용하기 미끄러워 위험한 건 사실”이라고 화장실 관리의 고충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공중화장실 문화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지 않는 상가 화장실들은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남녀 공용화장실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데 특히 옛날에 지어진 건물들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자체도 낙후한 경우가 많아 미끄러짐 사고, 배수 문제 등으로 인한 불편이 심각하다”며 “수준 높은 화장실을 위해 공중화장실에 대한 시설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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