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장실의 날…우리 현실은? ②] 화장실 범죄 급증, 왜?…“사생활 문제로 경비시설 미비“

-공중화장실 범죄 중 4분의 1 ‘강력범죄’

-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후 개선 지지부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은미한 시선’ 때문에 ‘공중화장실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금도 공중화장실에서는 살인 등 강력범죄를 비롯한 성추행, 몰래카메라 등 혐오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성안심보안관이 공용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찾고 있는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최근 경찰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5만여개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총 1795건에 이르렀다. 이 중에서도 살인, 강도, 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는 25.7%(462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일반 상가 등 민간 차원에서 설치ㆍ운영 중인 공중화장실을 제외한 것이다 보니 실제 범죄 발생건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볼 수 있듯 주변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공중화장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는 안전 사각지대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남녀 공용화장실의 경우 몸의 일정 부분을 모두 드러내는 개인적인 장소인 만큼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음주가 많은 밤 시간대에는 성범죄 및 폭력ㆍ살해 욕구등이 제어되지 못하고 폭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장실의 경우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 문제 등으로 인해 폐쇄회로(CC)TV도 설치하기 힘든 것이 딜레마”라며 “비용이나 공간적 제한으로 인해 당장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 운영하기 힘든 경우 경보장치 설치 등을 통해 내부 범죄 상황을 외부에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몰카 등 각종 성범죄 역시 공중화장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크게 증가하는 수치는 몰카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9년 807건이던 몰카 범죄 신고 건수는 2014년 6623건으로 5년새 820.7% 급증했다. 특히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만큼 실제 몰카 범죄의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6개월간 환경 개선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공중화장실이 여전히 많다.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62ㆍ여) 씨는 “반짝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화장실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손님들이 없어졌다”며 “공중화장실이 외진곳에 위치한데다 잠금장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단 생각을 안한것을 아니지만, 가게 운영에도 빠듯한 매출을 생각하면 대책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관 및 시민들의 작은 대응만으로도 공중화장실을 범죄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층에 남녀 화장실을 모두 운영하기보단 성별에 따라 각각 다른 층의 화장실을 쓰도록 설계하고, 조명을 기존에 비해 밝게 설치하는 등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EPTED)’ 기법을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몰카 등의 경우에도 건물주가 수시로 설치 여부를 검사토록 하거나 공중화장실을 경찰이나 관할 구청의 정기 진단 대상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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