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트럼프 측근ㆍ성향 파악했고, 트럼프는 당선인 입지 재확인했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아베는 정보를 얻었고 트럼프는 당선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약속을 잡고 17일(현지시간) 외국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그와 회담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양측 모두 일정 부분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베 총리가 우리 집에 들러줘서 기뻤다. 멋진 우정이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아베는 트럼프와의 만남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페이스북 페이지]

아사히 신문은 이날 회담이 트럼프에겐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트럼프가) 현재 미국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反)트럼프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인종차별주의자를 수석고문으로 기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라며 “주요국 정상과 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높이는 데에 아베 총리의 방문이 안성맞춤(こうつごう)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당초 이날 회담은 아베 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아베는 트럼프 당선 직후 트럼프에 축하인사를 전하며 17일 미국을 방문하는겸 만나지 않겠냐고 트럼프에게 제안했다. 미국 정치경력이 전무한 트럼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일본 내각 관계자는 아사히(朝日)신문에 “이번 회담의 목적은 그동안 트럼프가 한 민감한 발언들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선유세 중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를 공약하고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일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도 더 내야한다고 강조하고 미일무역불균형을 주장하는 등 일본에 다소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사진=일본 수상관저실]

문제는 이와 같은 트럼프의 발언들이 ‘진심’이었냐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일본에 다소 비판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발언의 진의와 트럼프의 성격 및 지도 성향, 그리고 세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본 내각 관계자는 아베가 트럼프와 회담 약속을 한 직후 닛케이 아시아리뷰에서 “일단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다음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이날 회담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아직 취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소하게 이뤄졌지만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트럼프의 비선실세이자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심지어 국가안보 고문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동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과 그들의 소통 스타일을 접한 기회였던 것이다. 

[사진=일본 수상관저실]

이날 닛케이 아시아 리뷰는 아베 총리가 그동안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기간 내내 공언해왔던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과 TPP폐기 등에 대해 일본 입장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베 내각 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이 동맹국 가운데 가장 많은 주둔비용을 내고 있고, TPP가 철회할 경우 국제통상 질서를 개편하는 주도권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로 넘어갈 수 있다고 트럼프를 설득할 예정이었다.

이날 아베 총리는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 클럽을 선물로 건넸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당선인도 골프 셔츠 등 골프 용품을 답례로 전달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골프애호가인 두 사람의 공통취미가 개인적인 신뢰관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케이는 기사 제목에 “다음 약속은 골프장에서?”라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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