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포스코 外風에서 벗어나려면, 인사 개혁부터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포스코는 이번에도 ‘최순실 게이트’ 외풍을 피하지 못했다. 부패 사슬을 끊으려면 경영승계 프로그램 정립이나 지배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사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가운데 이사회를 개최한 기업은 포스코와 KT밖에 없다.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 절차를 밟은 두 기업의 경우 특정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의 특성을 감안해 이사회 의결이라는 감시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 10억 이상 출연ㆍ기부는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을 기반으로 포스코 이사회는 미르에 30억 원, K스포츠재단에 19억 원 출연을 승인했다. 마찬가지로 KT도 규정에 10억 이상 출연ㆍ기부 시 이사회 통과를 명시하고 있어, 미르재단에 11억 원을 후원금 출연 명목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사회 뒤로 정권 입김이 깊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당초 견제, 감시 기능은 온데간데 없고, 정권의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이사회가 거름망이 될 수 없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당시 미르, K스포츠 재단 기부금 출연 의결 과정에 불만이 있었지만, (위에서 답이 정해져 내려오면)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관련 차은택 씨에게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려고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조직 내부에 정권 외압에 맞설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나 KT의 회장부터 이사회 멤버까지 정권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체가 있었다면 외풍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00년대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의 회장 인선에 정권이 개입해온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포스코의 경우 그나마 정경유착 고리가 약하다고 봤던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도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장부터 이사진까지 독립된 인사를 선임하는 게 정경유착 고리를 단절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미국의 ‘GE식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거론된다.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는 7년간 CEO 승계를 위한 검토에 돌입, 후보군을 24명에서 점차 추려내 현재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선임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포스코나 KT처럼 주인 없는 기업들은 미국의 GE처럼 투명한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외부압력이 가해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승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주체를 독립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포스코의 경우 과거 정준양 전 회장 선임 당시, 안철수, 박원순 등 각계 저명한 인사를 이사회 멤버로 모으고도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는 ”악순환 근절을 위해선 내부 멤버들이 아닌, 소액주주나 기관 투자자 등 외부 주주들의 추천을 통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사람이 이사회 멤버로 포함돼야 하고, 그들이 CEO 승계 프로그램이나 경영 자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분 구조를 우리은행 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경우 기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29.7%를 7개 투자자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돼 지배구조가 없는 기업의 경우, 정부가 주식도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라며 “우리은행식으로 주주군을 형성해 사외이사 추천을 받는 등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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