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시대 ②] 블랙홀된 强달러…글로벌 유동성 씨가 마른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강(强)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블랙홀이 되고 있다. 글로벌 뭉칫돈이 모두 달러로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달러에의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달러가 새로운 ‘공포지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때 온스당 1400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금(金)은 이제 찬밥 신세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금에 쏠렸던 자금이 달러로 유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값은 최근 온스당 1200 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금이 이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지난 6월 초 이후 약 5개월만에 처음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는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 안전 자산인 금의 매력이 줄어든 데다 달러 강세로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RJO 선물의 밥 하버콘은 “현재 시점에 싼 가격을 기대하고 금을 사는 것은 실수”라며 “달러 강세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로화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2주간 달러 대비 4%나 떨어졌다. 최근 1주사이에만 2.5% 추락해 1유로당 1.0627(18일 기준) 달러까지 하락했다. 작년 12월래 최저치다.

사정이 이렇자 ‘1유로=1달러’ 등가시대(달러화의 패러티)가 코앞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수개월 내로 1달러와 1유로가 등가를 이루는 패리티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살라벨로스 투자 전략가는 올해와 내년 말 환율을 각각 유로당 1.05달러와 0.95달러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엔화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6월 말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지속적 강세를 나타내던 흐름이 변했다. 엔화 가치는 최근 1주일 사이에 달러 대비 4%나 떨어졌다. 엔화 약세에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닛케이지수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처럼 달러 초강세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나자 위험 자산을 회피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본이 급격하게 미국으로 빠져 나가면서 신흥국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절하된 가운데 멕시코는 기준금리까지 인상했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8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796위안으로 고시, 지난 4일부터 11거래일간 위안화 가치를 총 1.9% 절하했다. 위안화가 이처럼 장기간 지속적으로 절하된 것은 2005년 6월 24일 위안화 기준환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역내시장 위안화 환율이 3개월 안에 달러당 7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자본 이탈 우려도 가속화하고 있다. 7일 인민은행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457억 달러 줄어든 3조1200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선 전부터 이어져 온 달러 강세가 한 몫 했다. 여기에 최근 강달러로 가속화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자본 유출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달러 가치의 움직임에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달러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지수)의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공포지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이에 따라 금융부담도 커지게 된다. 15일 블룸버그는 국제결제은행(BIS)이 내놓은 보고서에서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달러 강세가 나타날 때 위험 선호 경향은 약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신 조사국장은 “위험 선호와 레버리지에 대한 바로미터 역할이 VIX지수에서 달러로 넘어갔다”며 “달러가 레버리지에 대한 세계 선호의 기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달러 강세에서 수혜를 보는 승자는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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