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덫에 걸린 정치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덫에 걸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20일 깊은 한숨과 함께 꺼낸 말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끝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이 안될 경우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위기감이다. 또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6~8개월 동안 국정은 혼란이 지속되고, 이마저도 주도권은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주도하게 된다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탄식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박 대통령은 초강수를 지속하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야권 차기 대선주자들이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고 국회 주도 국무총리 선출을 요청한데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박 대통령이 총리권한에 대해 하신 말씀에 입장변화는 없으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야당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여지를 뒀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직접 제안했던 ‘국회 추천 책임총리’ 카드도 수용 여부에 물음표를 단 셈이다. 탄핵 국면으로 들어가면 이 카드를 제시했을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총리 임명권은 박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추천총리’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검찰에도 강공을 날렸다. 20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면부인하고 나섰고, 향후 검찰수사도 거부했다. 또 ‘중립적인’ 특검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피해 나갔다. 특히 “차라리 헌법적 절차에 따라 마무리지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사실상 탄핵시켜달라는 배수진을 쳤다.

공을 넘겨받은 정치권, 특히 야권은 딜레마에 빠졌다. 여론과 상황은 탄핵만을 가리키고 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탄핵 추진에 한목소리다. 하지만 한발 늦은 감이 있다. 정치적 셈법을 거듭하다 여론과 상황에 떠밀려 탄핵에 나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탄핵시켜 달라”고 선수를 쳤다.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박지원 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탄핵 유도’에 정치권이 말렸다고 탄식하는 이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하는 상황이 됐다. 향후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칼은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 임명을 ‘중립적이지 않다’며 거부할 수 있고, 설사 임명이 되더라도 특검 수사를 못받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도 없다. 특검과 병행해 진행되는 국정조사 역시 증인채택 자체도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채택되더라도 출석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박 대통령의 초강력 버티기에 정국은 계속 꼬여만 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박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이며, 연말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의 국정 재개 의지는 확고하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