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장 살펴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범죄 주도”

-박 대통령 지시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추진“

-“대통령이 직접 재단 이름 짓고, 이사진, 사무실 위치까지 지정”

-정호성 전 비서관 공무상 비밀 누설 “대통령 지시로 이뤄져” 명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사실상 대부분 범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을 먼저 제안했고, 재단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이사진 구성, 자금 모금까지 직접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호성(47)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공무상기밀누설을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비서관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밝힌 공소사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명확히 했다.

이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나눠준 공소장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최순실 씨에 적용된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를 기술하면서 ‘대통령의 공모범행’이라고 명확히 했다.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단순히 공모를 넘어 사실상 범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아이디어가 박 대통령에게서 나온 것으로 적시돼 있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국경제인연합 소속 회원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이에따라 같은달 20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인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그달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당 초청 오찬 간담회 이후 삼성 등 7개 그룹 회장들에게 대통령이 단독으로 면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24~25일 이틀 간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SK이노베이션, 삼성그룹, LG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회장들과 각각 단독 면담을 실시했다.

공소장에는 “최순실은 그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표현돼 있다.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이 시켜서 일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르재단’이란 명칭과 인사 구성도 대통령이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은 “안종범 전 수석은 2015년10월21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이사장은 김××, 이사는 장××, 이××, 송××, 조××, 김××로 하고, 사무총장은 이××로 하라.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최순실 씨에게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K스포츠재단도 마찬가지. 공소장엔 “안종범은 2015년 12월 11일과 20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정×× 이사장, 김×× 사무총장, 정×× 감사, 이×× 재무부장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을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와 함께 재단의 정관과 조직도를 전달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올 3월 10일에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통해 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을 지시했다.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단독 면담을 주선하도록해 같은 달 14일 서울 종로에서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 75억원을 내라고 요청했다. 롯데그룹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해 결국 올 5월말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최순실과 관계된 주변 인사들을 손수 챙겼다. 최순실 딸 정유라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으로 친분이 있던 모 인사가 운영하던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안 전 수석을 통해 현대자동차 회장에 직접 납품을 요청했다.

최순실이 세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도 박 대통령인 것으로 수사결과 나타났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로부터 71억원 규모의 광고물을 수주할 수 있었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이 포스코를 상대로 펜싱팀 창단을 강요하고, KT를 상대로 최순실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게 68억원 규모 광고를 주고록 강요한 것도 모두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적용된 ‘공무상비밀누설죄’도 역시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로’ 공무상 비밀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

예컨대 정 비서관은 국토교통부장관 명의의 비밀 문서인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 문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한후,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에 전달했다.

정 비서관은 2013년1월부터 2016년4월까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장을 보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에 적용된 대부분 범죄혐의가 박 대통령의 명령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 대통령이 현직이어서 헌법 제84조에 보장된 불소추 특권에 따라 기소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다음주께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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