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트럼프 견제 첫단추는 ‘도드 프랭크 법’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난 대선과 상ㆍ하원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지도부 체제를 재구성한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견제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척 슈머 민주당 차기 상원 원내대표는 20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드-프랭크법안 폐기를 막을 수 있는 60표를 확보했다”라며 “도드 프랭크 법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도드 프랭크 법안 사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날 월가 규제의 일환으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탄생시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인터뷰에서 “저들(공화당)이 싸움을 원한다면, 싸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CFPB는 도드 프랭크법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채권의 관리 규정을 제정할 권한을 갖게 됐다. 트럼프는 선거 공약으로 도드 프랭크 법의 폐지를 내세웠다. 트럼프는 도드 프랭크법이 은행사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금융기관들에 제재기준을 까다롭게 제시해 시장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왼쪽부터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설립하는 데에 앞장 선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리처드 코드레이 CFPB위원장]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ㆍ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에서의 통제권을 상실했지만 아직 48표를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의 도드 프랭크법 폐지 시도를 막을 수 있다. 공화당은 상원 전체 100석 중 51석을 차지해 다수당의 위치에 있지만,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석의 3분의 2인 60표를 확보해야 한다. 슈머 원내대표가 공화당이 쉽게 법안을 폐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때문에 제임스 콕스 듀크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도드 프랭크 법 자체를 폐기하지 못하고 우회할 것”이라며 “도드 프랭크법의 핵심인 CFPB를 통제하거나 해체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워런 상원의원이 트럼프가 당선된 9일 CFPB 워싱턴사무소를 방문한 것도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CFPB는 지난 9월 6년에 걸쳐 고객 몰래 약 200만 개의 깡통 계좌를 만든 ‘유령계좌 스캔들’을 일으킨 미국 웰스파고 은행에 과징금 1억 8500만 달러(약 2040억 원)을 부과한 기관이다. CFPB는 대형은행의 채권관리와 대출자 처우 문제를 감독하고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도드 프랭크 법을 폐지하지 못하더라도 CFPB 위원장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규제안을 대거 수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장인 메리 조 화이트 위원장이 내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사임할 것으로 알려져 월가 금융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트 위원장은 도드 프랭크법을 포함한 금융정책 강화에 앞장서 왔다. CFPB의 수장으로 있는 리처드 코드레이 위원장의 임기는 2018년 중순에 만료되지만 크드레이가 중간에 사퇴하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교체할 수도 있다고 외신은 우려했다. 더구나 최근 워싱턴 D.C. 연방순회법원에서 CFPB의 의사결정구조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와 트럼프가 CFPB 위원장에 자신의 측근을 앉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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