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사고, 고통받다 자살···法 산재 판정

-법원 “사로로 정신장애 앓았다” 인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근무 중 사고로 오른팔을 크게 다쳐 고통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이를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고로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앓았고, 그 상태에서 목숨을 끊은 점이 인정돼야만 자살을 업무상재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숨진 A씨의 가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기도 안산 소재 금속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3월 그라인딩 기계를 청소하다가 오른손이 롤러에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근육이 파열되는 등 오른팔을 크게 다쳤고, 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다 그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A씨가 이 사고와 관련해 정신과적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그 외 정신적 이상상태에 있었다고 볼 의학적 근거 또한 없다”며 A씨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족은 행정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재해로 발생한 정신질환등으로 목숨을 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자살하기 전에 복용하거나 투여받은 약물이 우울증 및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A씨의 복용량이 치료용량 내지 권장용량 범위내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약물의 부작용을 호소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자살할 무렵 비정상적인 언행을 했다거나 정신과적 증상과 관련해서 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사고로 심신상실 또는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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