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强달러의 저주’직면…신흥국 달러유출 초비상

ICE 美달러지수 13년만에 최고치

日·中등 주요 6국 보호주의 확산

신흥국 자금유출 방어력 취약

달러강세 땐 경기침체 불 보듯

‘트럼프 탠트럼’(trantrumㆍ발작)과 ‘트럼플레이션’(트럼프 인플레이션), ‘트럼프 리스크’. 모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금융시장에 끼친 영향을 드러내는 신조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금융시장은 주요국 금채 금리가 급증하고 신흥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트럼프 탠트럼’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내년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잠재 리스크로 달러화 강세를 지목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이 ‘칵테일 위기’(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뒤섞여 일어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내달 기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자본은 65억5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FF)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110억 달러어치 해외 자산이 유출됐다. 지난 14일 전 세계 10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장중 1234.77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 3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경제 주요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주요국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평균가치를 나타내는 ICE 미 달러 지수는 미국 대선일 이후 3.4% 상승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 속에서 덩달아 국채 금리 상승 압박을 받은 일본은행(BOJ)은 17일 2년물 국채를 -0.09%, 5년 만기 국채를 0.04%에 무제한 매입하는 지정가 매입정책을 시행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영향으로 일본 국채까지 상승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 연준과 달리 양적 완화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국제금융시장이 ‘그레이트 디버전스’(FRB와 ECB 간 통화정책 방향이 상반된 상황)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가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달러화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 주요 경제국 사이에서 보호주의가 확산돼 글로벌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부채와 성장둔화, 트럼프 리스크라는 3중고에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18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을 전날보다 0.15% 내린 6.8796 위안으로 고시했다. 외환관계자들은 WSJ에 “국영은행들이 사실상 인민은행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국영은행들이 상당 규모의 달러 매도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위안화 급락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국영은행을 통해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투자은행(IB)인 국제금융공사(CICC)는 “트럼프 정부와 중국의 무역관계는 어려울 것”이라며 “무역환경 악화에 대비해 위안화 약세를 선제적으로 용인할 필요가 크다”고 꼬집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사태진압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한 주 사이 달러와 국채를 매입해 인플레이션 조절에 나섰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멕시코는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이민자억제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다. 멕시코 수출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멕시코 당국이 보다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신흥시장 채권 부문 대표 에드윈 구티에레스는 “페소화는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멕시코 중앙은행은 금리를 적어도 0.75%포인트 올렸어야 했다”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의 중앙은행도 링깃 급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링깃은 달러당 4.415링깃으로 1월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에 신흥국 경기는 침체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신흥국들이 발행한 달러 표시 부채 누적액은 3조 달러에 달한다. 올해 신흥국들은 4090억 달러 가량의 부채를 발행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신흥국가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레그 매케나 액시트레이더 수석전략가는 WSJ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지만 미 달러로 자금이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이 집계하는 이머징 마켓 통화 지수는 지난 주 3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스위스 투자은행 줄리어스베어의 하인즈 루티만 신흥국 분석가는 “신흥국으로 지난 6개월 간 들어왔던 자금이 이틀간 다 빠져나갔다”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신흥국엔 악재”라고 말했다. 

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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