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nsight]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깊어지는 고민

먹구름이 잔뜩 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1970년대, 신자유주의는 세상의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거라 모두가 기대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세계 곳곳에 ‘빈익빈 부익부’의 비바람을 몰고 왔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머서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도시 순위에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은 7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했다. 아름다운 음악의 도시 빈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생애 전 주기를 책임지는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많은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빈에서도 최근 중산층 감소 및 붕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감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정치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다. 예선 투표 결과 반(反)EU, 반외국인 정서를 앞세운 자유당의 노버트 호퍼 후보가 3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대통령 선거는 12월 4일 결선 재투표가 예정돼 있다.

그렇다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악화된 것일까? 흥미롭게도 중산층 관련 통계는 국민들의 체감온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중산층은 가처분 실질소득이 소득 중간값의 70%와 150% 사이에 속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중산층은 실질 소득이 1360유로에서 2900유로에 해당하는 약 520만 명이다. 2015년 기준 오스트리아 총 인구가 870만 명임을 감안할 때, OECD 평균대비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는 수치다.

또한, 오스트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중산층의 가구소득은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에서 2015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 가구소득 증가율도 약 6%였다. 여성 노동력의 증가가 통계 수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객관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온도가 낮은 이유는 바로 높은 실업률때문이다. 2015년 기준 오스트리아 실업률은 5.7%(유럽연합 통계청 기준)를 기록한 가운데, 2016년 5.9%, 2017년 6.1%로 높아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약 42만 명 정도가 무직 상태로 조사된 가운데, 고용 지속에 대한 불안정성과 불투명한 경기 회복 전망 그리고 통계 데이터와는 무관한 심리적 요인이 오스트리아 중산층 붕괴론을 확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정치권의 세력 확장이다.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신고립주의’를 표방한 유럽 내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요한 건 다소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극우 정당들의 주장에 시민들이 귀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12월 4일 치러지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서 ‘신고립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는 세계 경제에서, 향후 오스트리아는 어떤 사회적·경제적 정책기조를 택할 것인가. 대통령 선거는 이제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 더 나아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도약하고 싶은 국민들의 고민은 오늘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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