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트럼프 쇼크 본격화될까…외환 전문가 환율 예측 보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공약대로 현실화하면 환율은 어떻게 되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출범을 앞두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쇼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며 원ㆍ달러 환율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1200원대 가나? 변동성 확대 우려=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120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2개월 간 원ㆍ달러 환율 추이(종가 기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9일 달러당 1149.5원으로 뛰어오른 환율은 지난 18일 1183.2원까지 치솟았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KEB하나은행 문영선 외환파생상품운용부 팀장은 “미국발 불확실성 고조 및 정치적 리더십 공백 등으로 내년 상반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125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김근철 SC제일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팀 상무는 원ㆍ달러 환율 예상 레인지를 1150∼1250원으로 제시하고 “내년 상반기 1250원까지 상승한 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신익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ㆍ달러 환율이 전체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1140∼1150원으로 후퇴했다가 점진적으로 1170∼1180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전망에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가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대규모 감세 등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달러가치 전망을 밀어올리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영향도 있다. 트럼프가 향후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더라도 일단 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감소로 인해 펀더멘털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근철 상무는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한국의 펀더멘털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강달러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FOMC發 쇼크 있을까…금리인상 전망 우세=트럼프 정권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열리는 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0.25∼0.5%에서 0.5∼0.75%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이 이미 원ㆍ달러 환율에 반영된 만큼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영선 팀장은 “(미국)금리인상 자체가 추가로 환율 변동성(달러 강세)을 확대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오히려 이벤트(FOMC) 이후에는 그간 진행됐던 달러 강세의 되돌림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물가 흐름이 금리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신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펀더멘털 요인과 시장 변동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트럼프 정권의 인프라 투자가 리플레이션(인플레이션 회복)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에 초점을 맞추면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기 투자 전략은=내년 상반기까지 외환시장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다. 트럼프 정권의 주요 경제정책 추진,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중국 경기둔화, 대내외 정치적 불안정 등 대내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중장기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문영선 팀장은 “환율 관련해서 스탑은 짧게, 이익실현은 천천히 하는 투자패턴을 권유한다”면서 “리스크 회피를 원하는 경우 적정레벨에서 선물환 등을 이용한 선헤지를 고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근철 상무는 “과거 환율 수치를 기반으로 고저를 판단하지 말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의사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내년에는 환율 변동성이 매우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투기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신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달러를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타이밍 전략을 짧게 가져가되 오버슈팅 국면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는 달러가치가 올라간다고 바로 파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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