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정복귀’ 상징? 국정 역사교과서 28일 공개

교육부 예정대로 현장검토본 오픈

의견수렴·보완거쳐 내년초 적용

최순실 역풍불구 강행 논란 불가피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흔들리는 듯 하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복귀’ 의지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예정대로 현장에 적용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교과서 형태로 제작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계획대로 28일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한 달 간 국민 의견 수렴과 보완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21일 “현장검토본 작업은 사실상 끝난 상태다. 28일 별도 홈페이지에 전자책(e북)을 올리고 취재진에는 교과서 형태로 배부해 공개할 방침이다”고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최근 ‘최순실 역풍’을 맞는 듯했다. 학계와 시민사회가 잇따라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 안에 ‘최순실 교과서’ 철회를 한소리로 담아내면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전국 560여 역사·역사교육 대학교수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19개 지역별 역사교사모임 등이 정부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요구했고, 국정화에 찬성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마저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의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180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16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진보진영과 야권은 물론, 그동안 국정교과서를 지지해 왔던 보수 교육계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때 교육부 내부에서도 ‘보류 또는 재검토’로 온도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20일 자신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에 대해 조사 불응을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역사교과서가 박 대통령의 국정 강행 의지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과제였던 역사교과서 추진을, 국정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깜깜이 집필진’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전국 48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에 따르면 대표 집필자로 공개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외에 서모 D대 교수(고대사), 윤모 D대 교수(고구려사), 박모 K대 명예교수(고려사), 허모 S대 명예교수(서양사), 손모 K대 교수(조선사·한일관계사), 한모 K대 교수(근대사), 이모 K대 교수(중세사) 등 7명이 집필진(전체 46명)에, 강모 M대 교수와 허모 K대 교수 등 2명이 심의위원(16명)에 포함됐다. 대부분 우편향 학자로 알려진 이들은 교과서 집필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민 의견수렴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열람과 의견 수렴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했는데 실명 인증과 비공개 접수가 원칙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오류 내용을 공유할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성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자유롭고 편리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며 “게시판이나 토론방을 만든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가장 큰 쟁점인 ‘건국절’ 논란도 교과서 공개 직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건국절’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 시기로 봐야 한다는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의 주장을 수용한 용어다. ‘건국절’이라는 단어 자체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이날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수립된 날’로 기술될 예정이어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상권(덕성여대 교수) 국정화저지넷 상임대표는 “건국절은 대한민국 역사를 독립운동사 중심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독립운동 의미 축소, 친일·독재 미화 등이 모두 건국절과 연결돼 있는 문제들이다”며 “내용을 떠나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획일적인 역사관을 밀어붙인 국정교과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조범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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