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랩] 훈련기 1대 수출=승용차 1000대…방위산업 ‘르네상스’

#. 2011년 5월 25일, 한국 방위산업은 새 역사를 썼다.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한 T-50 훈련기가 처음으로 해외수출 계약을 맺은 날이다. 인도네시아에 총 16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초음속항공기 수출국가 반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당시 계약액 4억달러는 중형승용차 1만6000여대 수출과 맞먹는 금액으로 방위산업의 경제효과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흔히 ‘군수기업’으로 불리는 방산기업들은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렸다. 생산하는 무기들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 국가 방위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고, 테러리스트ㆍ반군들에 흘러들어가 무력 분쟁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과거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던 방위산업과 방산업체들이 현대에 들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방위산업이 당당한 산업의 한 축으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 규모는 1조7111억달러(2014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의 국방예산 감소로 인해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토ㆍ종교 등 분쟁이 치열한 아시아ㆍ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국방비가 늘어나며 방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산업은 기계공학은 물론, 물리학, 화학, 전자통신 등 각종 과학 기술의 결정체다. 그 때문에 방위산업의 발전도는 그 나라의 국력과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대 방산대국은 단연 미국이다. 한 해 6100억달러(2014년 기준)의 국방비를 쏟아붓는 미국은 무기 수출 규모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1년 기준 미국의 무기수출액은 662억달러로 전 세계 무기수출 거래의 77%를 차지한다.


세계 1위의 방산기업인 록히드 마틴의 지난해 매출액은 405억달러, 우리 돈 47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17년 국방 예산 40조8700억원을 훌쩍넘는 막대한 돈이다. 

글로벌 100대 방산업체 수를 봐도 40개사가 미국 업체일 정도로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그 뒤로는 영국 10개사, 일본 9개사, 러시아 7개사, 프랑스가 5개사로 ‘톱 5’에 랭크돼있다.

한국은 3개사로 7위에 해당한다.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 두산DST를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한화그룹이 38위에 올랐고, T-50훈련기ㆍFA-50 경공격기를 생산하는 한국우주항공(KAI)이 47위, 유도무기ㆍ감시정찰체계 등을 개발하는 LIG넥스원이 51위로 10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1974년 율곡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한국의 방위산업 매출은 2006년 5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4년에는 11조9883억원으로 두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방위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방산기업의 일자리 또한 늘어나며 고용창출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 인력은 2008년 2만6424명에서 2013년엔 3만3162명으로 늘었다. 방산시장이 커지며 고용인력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첨단 기술의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고학력 연구기술의 비율이 타 산업분야에 비해 높다. 방위산업의 R&D 인력 비중은 24.2%로 일반 제조업 8%의 3배가 넘고 자동차산업의 10.7%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이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 숫자는 총 100곳에 달한다. 방산업은 기술력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뛰어들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방산업 자체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보안요소들을 다루는 만큼 정부의 엄격한 지정 과정을 거쳐야 방산물자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숫자는 많은 편이 아니다. 방산업체를 분야별로 보면 통신전자 부문 업체가 20곳으로 가장 많고, 항공유도 부문 업체가 18곳, 차량.전차 등과 관련한 기동분야가 14곳으로 뒤를 잇는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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