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4연임 도전…서구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총리직 4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연임에 성공해 득세하는 극우 바람 속에서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최후의 보루 역할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저녁(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합 결과를 전하며 4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기민당 지도부 회의에서 다음달 5일 시작되는 에센 전당대회 때 임기 2년의 기민당 당수직에도 다시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독일 총리는 대개 주요 당 당수직을 꿰찬 채 ‘최고후보자’로 총선 간판 역할을 하고 나서 집권 다수를 확보하면, 이후 연방하원 다수의 투표로 선출된다. 구서독을 포함해 메르켈까지 역대 8명째 배출된 독일 총리는 예외 없이 기민당 혹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이 맡았다.

기민당의 전통적 경쟁 상대이지만 지금은 대연정 소수당인 사민당에선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가 메르켈 총리와 대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가브리엘 당수는 득표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유동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연방하원 원내 단일세력인 기독사회당과의 합의 아래 기민-기사당 연합의 단일 최고 후보로 나서 2005, 2009, 2013년 세 차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고 3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21일로 그의 총리직 수행 기간은 정확하게 11년을 채우게 된다.

이번 연임 도전은 특히 메르켈 총리가 서구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전선을 비롯한 유럽 극우 정당들의 득세 등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메르켈 총리에 대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최후까지 버티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정세를 의식하듯 메르켈 총리는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독일 사회의 통합과 증오심 차단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민주주의, 자유, 출신국ㆍ피부색ㆍ종교ㆍ성별ㆍ성적 성향ㆍ정치적 입장과는 독립적인 인간 존엄성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을 지켜보고서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서도 독일과 미국의 공동가치로 이들 사항을 열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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