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 재단은 퇴임후 대비용이었나…최순실 ‘쌈짓돈’ 드러나

미르재단 기본재산 90%→20% 급감
나머지 전용가능한 운영재산으로 변경

朴, 작년 7월 재단설립·기업 출연 구상
300억 재단 규모 지시·이름까지 정해

법조계 “퇴임후 대비했다면 뇌물공여죄”

지난해 10월 24일 미르재단 설립을 논의하는 4차 청와대 회의.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최순실(60) 씨의 지시에 따라 “재단의 ‘기본재산’ 비율을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통상적인 재단과 달리 미르재단만 기본재산을 낮추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며칠후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별도로 전경련에 “미르재단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기존 9대1에서 2대8로 조정하라”고 다시 지시한다. 이에 따라 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 중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 부분을 수정해 바뀐 정관과 창립총회 회의록에 회원사에 다시 날인할 것을 요구해 결국 성사시킨다.

20일 구속 기소된 최순실(60) 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나타난 미르재단의 기본재산이 90%에서 20%로 급감한 배경이다.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은 미르재단의 기본재산 비율이 이렇게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비영리재단 재산은 고정된 자산 개념의 ‘기본재산’과 운영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이 가능한 ‘운영재산’으로 나뉜다. 기본재산은 주무관청에 신고하고 변동이 있으면 새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쉽게 활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운영재산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전용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안 전 수석이 미르재단 기본재산 비율을 급감시킨 이유가 대기업 출연금을 비자금처럼 쉽게 빼돌리려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설립 아이디어부터, 이름 작명까지 모두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 한류확산, 문화, 스포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법인 설립을 추진하되 재산은 전경련 소속 회원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하고 안종범 전 수석에게 10대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을 주선하라고 시켰다.

그달 말 삼성그룹 등 7개그룹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실시했고,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최순실은 그해 9월말부터 10월까지 실무작업을 진행했다. 문화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직접 면접을 봤고, 문화재단 명칭을 ‘미르’라고 정했으며, 최종 임원진을 확정하고, 조직표 및 정관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시기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자금 모금에 직접 나서고, 미르재단의 정관, 이사진 등을 모두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일개 문화재단 설립에 이 정도 적극적이었다는 사실만으로 퇴임 후를 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만약 직접적인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뇌물공여죄까지 성립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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