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소한의 대통령 품위 지킬 기회마저 놓치지 말기를

‘최순실 국정농단’ 검찰 중간 수사 결과가 부끄럽고 참담하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모’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헌법 조항에 따라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검찰 공소장대로라면 범죄자나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불행한 일이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은 절대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에 소홀함이 없겠다”고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한 자릿수 지지도가 말해주듯 박 대통령은 이미 국가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상실했다. 검찰 수사 발표로 이제는 자리를 지킬 최소한의 명분마저 잃었다. 중대 범죄 피의자에게 국정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공직 사회에 영(令)이 서지 않아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 않는 것은 물론 국제 사회의 신뢰도 역시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태다. 지금이 박 대통령 스스로 중대 결단을 내릴 마지막 기회다. 그게 그나마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길이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완강하게 버티는 모습이 어처구니없고 안타깝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할 정도라면 그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리란 건 법에 문외한들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를 ‘사상 누각’, ‘인격 살인’ 운운하며 폄하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은 그야말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검찰 수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특검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시간을 끄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임을 박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로 인한 국정 공백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아닌가.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이런저런 국정 농단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씨 사태는 그 죄질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권력을 사유화해 개인의 주머니를 채웠고, 대통령은 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지시하며 가담했다. 2주째 주말이면 1백만개의 촛불을 켜며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어떤 험한 사태로 확산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자칫 박 대통령과 국민이 모두 불행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퇴로는 어디에도 없다. 그걸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금 박 대통령 뿐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