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촛불②]‘보-혁대립’ 긴장상황에도 꿋꿋한 ‘비폭력 시민’

-전국에 연행자 한 명도 없었던 ‘4차 주말 촛불집회’

-박사모 맞불집회 등 도발에도 의연했던 시민들

-차벽에는 ‘스티커 항의’, 그마저도 의경 생각해 직접 떼어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집회 중 연행자 0명. 시민들은 지난 19일 집회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끝까지 평화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직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예고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지만, 경찰의 중재로 실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최 측은 오는 26일 100만명의 인파가 예상되는 ‘5차 주말 촛불집회’에도 평화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4차 주말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이 지난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가수 전인권 씨의 노래에 맞춰 촛불을 흔들고 있다.]

주최 측 추산 60만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인 4차 주말 촛불집회는 시민 연행자뿐만 아니라 경찰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고 마무리됐다. 특이 이날은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맞불집회와 행진을 예고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찰 추산 1만1000명이 모인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일부 회원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종북 세력”이라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하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단에 나선 김경재 자유총연맹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8000억을 기업들로부터 받았다”는 발언을 해 이에 반발하는 일부 행인들과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주최 측과 협의 끝에 행진을 숭례문까지로 제한하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충돌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주최 측에 전달했고, 협의 끝에 숭례문까지만 행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전국적으로 지난 19일 집회와 관련돼 수사하거나 연행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도 빛을 발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조차 거부하는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분노를 표현했지만, 표현 방식은 23명이 연행됐던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때보다도 평화로웠다. 집회에 참가한 박세현(28) 씨는 “집회에 강제로 나와야 하는 의경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강하지만 그 분노를 애꿎은 사람들한테 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한 가수 전인권(62) 씨도 노래에 앞서 “높은 시민의식으로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시위를 만들자”며 평화집회를 강조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집회 때 충돌이 벌어졌던 내자동 로터리에서도 이날만큼은 평화집회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경찰의 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이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차벽을 밀거나 올라타는 등의 과격한 행동은 자제했다. 선두에서 일부가 일어서 차벽을 두들기자 뒤에서 이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집회가 끝나자 “우리가 안 떼면 의경이 고생한다”며 차벽에 붙인 스티커를 스스로 떼기도 했다.

집회 이후에도 시민들은 스스로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거나 삼삼오오 모여 콘서트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집회 후 26일 상경 집회를 위해 차비를 모금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차비를 모금한 이정길(16) 군은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더 많은 친구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자 모금에 나섰다”고 했다. 집회 후 성금을 전달한 김선정(37ㆍ여) 씨도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며 “어린 친구들이 보고 있는 만큼 다음 주에는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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