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촛불③]“진보끼리, 보수끼리”…카톡방만 의지하다 ‘우물 안 개구리’

-“박 대통령은 피해자” 메시지에 거리로 나온 보수단체 회원들

-‘사회 토론장’ 기대됐던 SNS, 폐쇄적 구조로 내부 결집만 다져

-전문가 “SNS로 정보 의지하면 ‘우물 안 개구리’ 될 우려 있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경북 구미시에 거주하는 황모(59ㆍ여) 씨는 요즘 지인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소속인 황 씨는 “단톡방을 통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단톡방 정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단톡방 내용을 보고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맞불집회’에 참석했다.

[사진=SNS의 발달로 진영간 토론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내부 결속만 다지는 현상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 내 확증편향 현상을 지적하며 “집단 내 SNS에서 돌고 있는 정보에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 대학생 이모(27) 씨도 대부분의 정보를 SNS를 통해 확인한다. 지난 19일 열린 집회에서 벌어지는 이슈도 지인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했다. 이 씨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생각이 통하는 사람이 많다”며 “최근에는 집회를 대비해 지인들과 단톡발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집회 때도 각종 사고를 지인들이 보내주는 카톡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정국이 계속되면서 진보와 보수가 이른바 ‘카톡방’을 중심으로 뭉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SNS의 발달로 진영간 토론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내부 결속만 다지는 현상이 늘고 있다.

SNS가 처음 한국에 소개돼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지난 2012년에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타인과 교류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개적인 SNS 대신 제한된 사람과 공유하는 ‘폐쇄형 SNS’가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도 ‘확증편향’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1년 지방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을 연구했던 탁진영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SNS가 젊은 층의 정치적 관심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별해 받아보게 됐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내부에서만 자기강화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보수 단체들의 맞불집회에 참여했던 참가자 중 상당수는 ‘단톡방’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했던 김모(66) 씨는 “뉴스에서와 달리 메신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단톡방 내용을 보고 일부 방송의 보도가 거짓이라는 확신을 하고 집회에 참가해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확증편향(確證偏向) 현상이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워진 상황에서 사회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사회연구원 연구사는 “촛불집회가 계속되면서 SNS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SNS를 통해 집단의 내부 의견만 확대돼 문제가 됐던 현상과 닮았다”며 “한정된 참가원만 모이는 ‘단톡방’에서는 이른바 ‘끼리끼리 소통’이 더 심화돼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이른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끼리끼리 SNS 문화가 심화되면 전체 여론을 읽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며 “이번 촛불집회 때도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민심과 동떨어지는 발언을 하는 등 내부 소통만 중시한 채 외부와의 소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집단 내부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며 “집단 내 SNS에서 돌고 있는 정보에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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