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준의 타임라인]뜨거운 광장에 다시 서서

황덕준/미주헤럴드 발행인

황덕준/미주헤럴드    발행인

광장은 뜨거웠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남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고 ‘박근혜 퇴진’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광화문으로 옮겼습니다. 한국노총집회가 한창인 시청앞 서울광장에 끼어들어 댄스와 구호가 이어지는 콘서트같은 무대를 구경했습니다. 가수 전인권의 절절한 애국가가 울려퍼진 광화문 광장은 지난 12일 집회에 비해 숫적으로는 줄어든 느낌이었지만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울림의 강도와 공감대의 감동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1987년 봄 기자 초년 시절을 보내던 프레스센터 건물 5층 편집국 창 너머로 호헌철폐를 외치며 쏟아져나오던 대학생과 이른바 ‘넥타이부대’로 불린 직장인들의 시위 장면을 내려다봤더랬습니다. 어느덧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다시 프레스센터를 찾아 군중의 물결을 보는 심경은 실로 간단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미묘하고 착잡했습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격화된 30여년전의 시위는 6·29선언을 끌어냈고 군부정권의 막을 내렸습니다. 숱한 정치적 야합과 역사적 논란거리는 많지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5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그나마 시민사회의 힘을 키우는 ‘민주 시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는 그 시기를 거치며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교과서의 가르침이 맞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BBK사건 등 의혹투성이인 인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부터 역사발전의 순리에 딴죽 거는 퇴행적 반동의 기운은 심히 불길했습니다. 수십조의 나랏돈을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으로 말아먹은 이명박씨가 물러나고 그의 세력이 비호하며 박근혜가 대권을 넘겨받았을 때 우리는 이미 박정희 시대로 돌아갈 각오를 감수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각오의 결과는 오늘 목도하듯 참담하고 절망적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지요. 잘못된 권력을 쥐어준 국민의 ‘실수’는 누가 어떻게 심판하는 것일까요. 국민의 자책과 자기모멸의 단계를 거쳐 ‘부러졌으니 고쳐야 한다’는 자성과 한시라도 빨리 실수의 흔적을 지우고 바로잡으려는 자기결의의 표현. 그것이 광장의 집회로 구현됩니다.그리하여 세상은 또 그들의 분노와 함성, 그리고 궐기에 의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시민의 힘이 강력하게 응집된 현장인 ‘뜨거운 광장’에 다시 서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발 딛고 구경꾼이 돼 있는 나의 처지는 과연 행운일까.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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