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권방정식 분화…남경필 ‘혁신기치’ 단판승부 vs 유승민 ‘통합기치’ 미래그림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분당 기로에 들어선 가운데, 소속 잠룡들의 ‘대권방정식’도 고차로 복잡화하는 양상이다. ‘원조 소장파’ 출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과 함게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비박(非박근혜)계 돌풍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돌연 친박(親박근혜)계를 끌어안으며 ‘보수대형(大兄)’ 면모 만들기에 나섰다. ‘캐스팅보트’를 쥔 김무성 전 대표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결단의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22일 탈당을 선언한 남 지사는 “정당과 정치가 새로워져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런 꿈을 꾸는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모두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CBS 라디오). 새누리당에 즐비한 대권주자 중 한 명(one of them)에서 벗어나, 스스로 ‘보수 혁명’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것이다. 남 지사는 이어 “상당히 많은 동료, 20명(교섭단체 구성요건)이 넘는 분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의 행보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남 지사가 빠른 시일 안에 동조자들, 특히 현역의원을 끌어모아 새 교섭단체의 대표가 된다면 현재 여론조사에도 포착되지 않는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부패한 보수’와 선을 그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빠르면 내년 초 열릴 대선에 명운을 건 ‘단판승부(single-round match)’다. 친박계 한 의원은 “초반에는 눈치싸움 탓에 탈당의 반향이 작을 수 있다”면서도 “바람을 타면 양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유 의원은 친박계와 비박계를 아우르며 통합의 아이콘을 자처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초청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제발 계파라는 것을 없애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집중 했으면 한다”며 “어떤 당직을 맡고 있든, 어느 계파라고 불렸든 관계없이 무엇이 국가와 당을 위해 옳은 일인지 들고 일어날 때”라고 했다. ‘최순실 사태에 부역한 친박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비박계 다수와 크게 다른 온도차다.

유 의원은 앞서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를 함께하자”고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장우ㆍ조원진 최고위원 등 소위 ‘강성 친박’도 유 의원에게만큼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 김명연ㆍ박덕흠 의원 등 온건파 일부도 유 의원에게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정도의 스탠스라면 친박도 존립을 위협받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를 흡수하기 시작한 비주류의 수완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당선이 불투명한 이번 대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TK(대구ㆍ경북) 지역에는 새누리당에 대한 향수가 있다”며 “유 의원이 친박계를 포섭하고 TK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정책 차원에서 중도보수, 개혁보수 면모를 충분히 보인 만큼, 원내 제1당의 리더가 돼 정국 수습을 이끌면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전임 대표이자 박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으로서 몸을 섣불리 놀릴 수 없는 김 전 대표는 여전히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김 전 대표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은 자명하지만, 그것이 곧 자신의 ‘승리’와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당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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