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준 총리 카드 부활, 靑·野 신중히 검토해 볼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공식화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퇴진은 물론 검찰 조사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탄핵을 불사하겠다며 장기 수성전(守城戰)에 들어간 데 따른 법적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탄핵이 불가피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 처리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정공백은 더 길어지게 된다.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검찰 수사 대상자인 피의자 대통령에게 계속 국정을 맡길 수는 없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정은 총리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로 탄핵안이 넘어가면 그 때부터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공식적으로 대행하게 된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새 총리 선임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야당, 또 야당 내에서도 당파에 따라 생각이 달라 새 총리 선임은 부지하세월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회추천 총리’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조건이 달라졌다”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회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권 준다는 의미지 야당이 주장하는 ‘퇴진’을 전제로 한 과도내각 총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국회추천 총리 제안을 철회한 셈이다.

이런 식의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국정공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은 사심을 버리지 않으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기와 명분을 던지고 오직 국가 경제와 국민 안위를 우선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병준 총리’ 카드의 부활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명에 정치권이 비판적인 것은 이해가 된다. 그렇더라도 지금으로선 그만한 카드가 없어 보인다. 우선 여야 정치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며 동시에 국정 운영 경험을 가진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지명했으니 정치권에서 다시 추천하면 총리임명이 곧 자신의 퇴진이라고 반대할 명분도 없다. 그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정치권, 특히 야당이 큰 틀에서 숙고하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새 총리가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 대행 역할을 맡도록 하면 된다. 강대 강으로 부딪치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유연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아량의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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