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십자포화에 민간 창업까지 찬바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민간 창업 보육기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창업자-투자자 미팅, 투자설명회로 붐볐던 민간 창업지원 기관들이 밀집한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에는 최근 들어 부쩍 썰렁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가 주도로 스타트업을 지원ㆍ보육해 온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민간 보육기관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디캠프 스타트업 입주공간 내부 전경

지난 21일 찾은 몇몇 민간창업보육기관들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창업지원기관인 디캠프는 국가 예산은 지원 받고 있지 않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논란이 되면서 스타트업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캠프 2층 입주기업 표지판

장나영 디캠프 매니저는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데 있어 최근 민간 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워낙 창조경제센터가 많이 언급돼다 보니 후원사 로고가 들어가는 문제에도 주저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디캠프의 경우 성장사다리 펀드, 간접투자 등 정부와 무관한 민간자본의 투자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투자위축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통 매월 1~1.5건 가량 투자지원이 이뤄지는데, 11월에는 벌써 3건으로 오히려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마루180 스타트업 입주공간 내부 전경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화제가 된 민간 창업보육기관인 ‘마루180’ 에서도 혁신센터 관련 논란으로 불똥을 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희윤 마루180 매니저는 “국가 주도의 창업보육 기관들의 예산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벤처 및 벤처 육성업계 전반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직접 받는 보육기관의 경우 고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도 예산이 1700억원 가량 삭감될 위기에 처하면서, 문체부의 지원을 받는 셀(cel) 벤처단지의 존립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셀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내년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사무실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입주 기업들의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 몇몇 기관들의 경우 예산은 물론 민간투자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그 동안 디캠프, 마루180, 팁스타운 등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며 민간 중심의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해 왔다. 디캠프 경우 3000여개에 육박하는 스타트업 지원(9월 기준)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마루180은 지난 2년 간 33만명이 다녀갔고 입주 스타트업 86개사를 지원했다.

민간 창업보육기관 한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 1~2년 간 스타트업 성공 신화들이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고 취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며 “최근 의혹들로 창조경제와 스타트업이 동의어처럼 되면서 창업 생태계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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