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끌어안기’ 택한 유승민, ‘공범’과 ‘통합’ 사이 큰 그림의 딜레마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후반부 공범이 될 것이냐, 보수의 큰형이자 통합 대권후보가 될 것이냐. 잠룡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자신만의 승부수를 던졌다. 22일 과감히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는 다른 패(牌)다. 당의 혁신을 앞장서 주장하며 비박(非박근혜)계의 지지를 모으면서도, 친박(親박근혜)계도 보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같은 ‘큰 그림’에도 딜레마는 존재한다. 민심은 이미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유 의원은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친박‘이다. “최순실의 알고도 모른 채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분출하는 지점이다. 박 대통령 사수에 여념이 없는 친박계와 선을 긋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야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여권의 대선후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이날 ‘새누리당의 존재가치 소멸’을 주장하며 탈당한 가운데,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親박근혜)계 지도부에 “함께 비상대책위원장을 물색하자”고 하는 등 ‘통합 주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모임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일단 당에 남아서 개혁에 최선 다하겠다는 그런 입장”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특히 “제발 계파라는 것을 없애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집중 했으면 한다”며 “어떤 당직을 맡고 있든, 어느 계파라고 불렸든 무엇이 국가와 당을 위해 옳은 일인지 들고 일어날 때”라고 했다.

‘최순실 사태에 부역한 친박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비박계 다수와 크게 다른 온도차다. 이에 따라 이장우ㆍ조원진 최고위원 등 소위 ‘강성 친박’도 유 의원에게만큼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 온건 친박계 일부도 유 의원에게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정도의 스탠스라면 친박도 존립을 위협받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TK(대구ㆍ경북) 지역에는 새누리당에 대한 향수가 있다”며 “유 의원이 친박계를 포섭하고 TK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정책 차원에서 중도보수, 개혁보수 면모를 충분히 보인 만큼, 원내 제1당의 리더가 돼 정국 수습을 이끌면 친ㆍ비박 통합 대선후보로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여전히 유 의원을 의협하는 요소다. 박 대통령 퇴진 이후 대비를 위한 총리 후보자 협상 과정에서 야권은 이미 “친박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국정감사 당시 관련 증인채택을 방해한 것에서부터 이미 ‘공범’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그동안 비박계로서 갖은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무리하게 친박계의 입지를 인정하고 끌어안으려다가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유 의원은 이날 친박계가 비상대책위 위원장으로 추천한다는 설에 대해 “저는 소위 친박들과 이런 문제를 가지고 뒤로든, 전화통화든, 만남이든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좋게 말하면 오해고, 나쁘게 말하면 음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에 욕심이 전혀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비대위원장은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