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뜨거운 촛불 뒤… 얼어붙은 소비심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100만 촛불과 촛불 뒤에 국민의 눈은 대통령의 ‘결단’만을 지켜보고 있다.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던 민초들 사이에 ‘하야’라는 외침이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 먹고 사는 건 도대체 누가 책임져주냐”는 분노도 나온다. 뜨거운 외침이 광화문을 달구면서 뒷편으로 밀려난 ‘경제’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은 춥기만 하다. ‘하야는 하야고 경제는 어떻게 할 거냐’는 일부 시민의 일상 대화 속에선 무력감마저 엿보인다. 불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민 삶을 돌봐야할 ‘컨트롤타워’는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과 무관치 않다.

소비심리는 거침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4.5% 감소했고, 생활형편전망CSI은 98, 소비지출전망CSI은 107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들은 자신의 살림살이가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도 않고, 소비를 늘릴 계획도 없다는 의미다.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옷 소비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고 심지어 기본 식량인 쌀과 고기 소비는 줄었다. 기호식품인 커피마저 위축되는 모습이다.

같은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9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당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3.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 답답한 속을 달래줄 ‘소주’마저도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 속은 더 타들어간다. 덩달아 최근에는 맥주와 콜라도 가격 인상에 합세했다. 설상가상 커피음료와 라면 등 다른 소비재들도 연말연시를 전후해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답답하기는 유통가도 마찬가지다. 11월부터 1월, 연말과 연초는 유통업계 대목 중 하나다.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즌이 지금부터다. 유통가는 소비심리에 불을 지피기 위해 일찍부터 ‘할인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미처 팔지못해 해를 넘긴 할인상품만이 제 역할을 할 뿐이다.

민초도, 유통가도 가슴을 활짝 펴지 못하고 있으니 기운이 꺾인다. 이게 누구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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